아이와 다시, 시작(詩作)(2)

-시가 다시 내게로 왔다

by 흰돌

내가 원하는 대학교에 대한 꿈은 좌절되었지만 나는 끝까지 꿈을 놓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교대도 초등국어과를 들어갔고 결혼을 하기 전에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에서 초등국어로 석사까지 공부하였다. 하지만 이 모든 공부들은 내가 원하던 것과는 달랐고 학교 생활과 결혼을 하고 나서는 더 이상 시를 쓰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시를 쓰지 못하는 어른이 되어버렸다.



그러다 아이가 태어났고 나는 또 다른 삶을 경험하게 되었다. 아이는 내가 처음 마주하는 새로운 세상이었고 그것은 너무나 벅차고 행복한 경험인가 동시에 혼란스럽고 힘든 경험이었다. 아이는 돌보기가 쉽지 않은 어려운 아이였다. 모든 엄마들이 한 번은 겪듯이 아이를 보면서 나를 잃어가는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혔고 다시 우울함이 내 삶에 파고들었다. 결국 아이가 두 돌 때쯤 나는 복직을 했지만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힘들어하는 아이를 보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결국 아이의 5살을 앞두고 나는 다시 휴직을 했다.



아이는 여전히 어려움을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3월보다는 유치원에 꽤 적응한 모양새고 작년보다는 훨씬 안정되어 보인다. 하지만 아이가 돌아오기 전까지 겨우 하는 집안일과 아이가 돌아오면 다시 아이를 돌보는 일과가 반복되었다. 몸은 편안했지만 열심히 자기 일을 하는 친구들과 휴직 중에도 책까지 내는 동료들을 볼 때면 한 없이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내 핸드폰 속에 저장해 두었던 메모가 반짝 떠올랐다.



그것은 아이가 네 살부터 했던 말 중에서 예뻐서 간직하고 싶었던 문장들을 저장해 둔 것이었다. 나는 아이의 그 이쁜 말들이 마치 시 같다고 느꼈다. 아이는 두 돌 전부터 더듬더듬 말을 하기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 자기가 본 것들을 무언가에 빗대어 말하거나 자신의 상상 속에서 보는 것들을 말하곤 했다.



어른들은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생각하고 그것을 언어로 표현하는 아이를 보면 깜짝깜짝 놀라고 감동스럽기까지 했다.



내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기간 동안에도 아이들의 순수함을 마주할 때가 가장 기뻤고 놀라웠다. 특히, 아이들의 그림과 시는 때 묻지 않은 마음이 표현되어 있어 내 마음도 정화되는 것 같았다. 어쩌면 어른들의 마음속에 숨겨져 있던 동심과 순수함이 건드려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어느 순간부터 내 아이의 그 순수한 언어를 시로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왕자의 보아구렁이처럼 어른들은 편견에 사로잡혀 보지 못하는 것들을 아이들은 볼 수 있었고 그렇게 새로운 눈으로, 따뜻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진짜 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다시 가슴이 뛰었다. 다시 시가 내게로 온 것이다. 아이와 다시 시작해 보려고 한다.


휴대폰 속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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