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 않은 워킹맘으로의 복귀

by 흰돌

휴대폰 화면에 뜬 글자,

돌봄 교실!

개학 날 하교 후,

아이와 함께 돌봄 교실에 들러

선생님께 신청서를 제출하고

서류 뭉치들을 받아왔었다.


학교에서 일하고 있고

아이들을 돌봄 교실에도 보내봤지만

돌봄 교실 관련 실무를 해보진 않았다.


그래서 이렇게 많은 동의서를

포함한 서류들을 작성해야 하는지 몰랐다.


10쪽에 가까운 서류에는

아이를 언제 데려갈 건지,

누가 데려갈 건지,

안전귀가를 위한 다양한 동의서가

있었고 부모가 전적으로 책임지며

학교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내용들의

반복이었다.


올해 초,

하늘이의 안타까운 사건으로

돌봄 교실에서 더욱 안전귀가에

신경 쓰는 것이 이 많은 서류들을

통해 느껴졌다.


귀가에 있어 부모들이 모든 것을

책임져야 했다.

적어둔 시간 안에 누구든 아이를

데리러 와야 했고

학원으로 인계할 경우에는

학원의 사인도 받고

학원이 아이를 픽업할 때

직접 돌봄 교실에 전화도 해야 했다.


그저 돌봄 후 학원 차로 이동시키면

되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이렇게 복잡한 절차가 있는 줄은

몰랐다.


그래서 머리가 너무나 복잡했다.


다양한 생각 끝에

가장 심플한 방법을 떠올렸다.


아이를 학원에 보내면

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학원에도 민폐를 끼치는 것만 같았다.


요즘 들어 학원도 거부하고

오늘 같은 일이 또 반복될까

걱정도 되었다.


그럼,

학원을 쉬고 돌봄 교실에만

있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


그래서 돌봄 교실에 이것저것 여쭤보기

위해 전화를 드렸었는데

다시 전화를 준 것이다.


나는 모든 서류를 작성해야 하는지,

돌봄 프로그램이 무엇이 있는지 등을

물었고

선생님은 다양한 활동을 원한다면

늘봄도 생각해 보라는 뜬금없는

말씀도 하셨다.


하지만 학교에 여러 번 문의했을 때,

2학기에 늘봄은 신청을 받지 않는다

하셨기에 의아하면서도 씁쓸했다.


2학기에 새로운 아이를 돌봄 교실에

들이는 것이 선생님도 번거로운 일일테니...


결국 그렇게 통화는 급히 마무리되었고


다시

죄인 모드로 관장님에게서

아이를 인계받아 집으로 향했다.


여러 가지 감정들이 소용돌이쳤다.


아이에 대한 원망과 안쓰러움

앞날에 대한 불안과 학교에 대한 서운함.


워킹맘으로의 복귀는 여전히 힘든 것이었고

초등학교는 더욱 힘든 것이었다.


결국 죄송하고 감사하게도

학원에서 많은 배려를 해주셨다.


아이에 대한 죄송한 마음과

그럼에도 오늘 같은 일이 없도록

아이를 좀 더 배려해 주시기를

또다시 부탁드렸다.

돌봄 교실에서의 픽업에 대한 문의와 함께.


다행히 학원의 배려로 아이는 그 뒤로는

학원을 다시 잘 다닌다.

피구나 게임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걱정이지만 지금은 아이의 안정감이

최우선이다.


학원에서는 돌봄 교실에서의 픽업도

가능하다고 하셨지만

안전을 담보할 수 없고

그 책임을 학원에 전가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아이는 학원에 가기를 원했다.

그래서 학원의 횟수를 줄이고

가는 날도 부모가 와서 인계를 하는 방법을

생각했다.


돌봄 교실에도 이런 걱정들을 말씀드렸더니

부모님이 힘드시지 않겠냐며

그 학원을 가는 다른 학생도 있으니

같이 가면 괜찮을 거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 순간,

모든 고민과 울분이 해소되는 느낌이 들었다.

올레!


그래서 결국은 그 아이와

같은 날에 학원을 가기로 하고

학원의 사인도 받아

드디어 서류를 모두 제출했다!


다음 주 월요일부터다.

새로운 시작이다.

아이도, 나도.


잘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 일도 없이,

평화롭게 지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믿자.


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