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이야기] 세상에 빚진 자

by 유행에민감한여자

지난 10월 23일, 이태원 참사 3주기를 맞아 보라 기억물품을 만드는 봉사(?)에 참여하게 됐다.

3주기 행사에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이태원 참사를 기억하는 손수건과 목걸이를 나누어 주는데 그 물품을 만드는 일이었다.

한 유튜브 방송에서 이런 봉사에 참여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참여를 결심하게 되었다.


엄마로부터 들은 이야기로는 아빠의 사고 이후, 많은 우리나라 국민들이 도와줬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후로 나에게도 빚이 있다는 걸 깨달았고, 사회에 갚으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조그마한 손재주 있는 건데, 그걸 사용할 수 있는 일이라서 기꺼이 하기고 마음을 먹었다.


이태원 참사 기억소통 공간 별들의 집에 방문하니, 아이와 함께 멀리 경기도에서 지하철을 타고 오신 분도 계셨다.

그런 수고로움과 고생을 기꺼이 견디면서 오시는 게 참 대단했다. 그분에게는 어떤 의미이길래 그 먼 길을 오게 만들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행사에 처음 참여하는 사람은 나 혼자인 듯싶었다. 사람들이 안면이 있는 듯 서로 인사하는데

나 혼자만 쭈뼛쭈뼛하고 모두 낯선 얼굴일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의 힘이 되어주는 일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있었음을 짐작하게 했다.


나는 손수건에 보라색 별이 그려져 있는 라벨을 손바느질로 다는 일을 했다.

바느질은 어렸을 때 엄마가 바느질하는 걸 어깨 너머 배우고, 중학교 가정시간에 배웠던 걸로 떨어진 단추를 집에서 다는 것 말고는 쓸 일이 없었는데 이런 데에 기술을 사용하려니 능숙하게 되지 않았다.

앞에 놓아진 손수건이 거의 다 떨어져 갈 때 즈음에 요령이 조금 생겼는데 할만하니까 손수건이 바닥나 버렸다.

그다음에는 보라색 목걸이를 한 번 만들어 보았다. 전통매듭은 또 처음이라 배우는데 시간이 좀 걸렸지만 내 것만 한 번 만들어 봤다.


내가 이런 봉사를 하는 것이 얼마나 영향력이 있을까 싶냐만, 빚진 나의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이제는 내가 세상에 이런 참사가 나면 나같이 상처받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것을 알려야 할 것 같았다.


그렇게 보라 기억물품 공작소에서의 피날레를 향해 갈 때, 그동안 일어났던 참사를 기억하는 리본 뭉치를 받았다.

아리셀, 오송 지하차도, 이태원, 스텔라데이지호, 세월호 참사, 핑크색은 삼풍백화점 참사라고 그 자리에서 들었다.

나머지 색은 인터넷을 검색해서 알게 된 사실이었다.

30년 전의 삼풍백화점 참사의 리본은 있었다. 32년 전의 참사는 이제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구나 싶었다.

씁쓸했던 순간이었다.

하필 그 많은 참사들을 다 건너뛰고 삼풍 백화점 참사만 끼워줬을까.

내가 이제부터 목소리를 내야겠다. 더 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