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이야기] 대형참사 유가족 중 한 사람의 이야기

30년이 훨씬 더 지났는데 이제와 왜 이렇게 사무칠까

by 유행에민감한여자

2024년 초반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약을 6개월 이상 먹으니 피로감도 훨씬 줄어들고 귀에서 들리는 이명도 안 들리기 시작했다. 나의 문제 증상들이 모두 뇌의 문제였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우울증 치료를 하면서 의사 선생님이 내 감정을 잘 살펴보는 연습을 하라고 하셨다. 그래서였을까. 숨어있던 슬픔들이 밤마다 솟구쳐 올랐다. 자다가 말고 거실로 뛰쳐나와 펑펑 울기 일쑤였다. 이렇게 울고 나면 좀 괜찮아지려나. 웬걸, 1년이 훨씬 더 넘은 지금까지도 밤마다 울고 있다.


내 마음을 살펴보기로 한 다음부터 계속 궁금한 게 있었다. 나의 우울은 93년 참사로 인해 생긴 것일까?

의사 선생님은 언젠가 나에게 말씀하셨다.

‘괜찮은 것 같으면서도 항상 슬픔이 있는 것 같아요.‘


머릿속에 정리는 안되지만 난 그게 30년도 훨씬 전에 일어난 일에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다.

병원을 나서면서 눈물이 멈추지 않아 길거리를 사연 있는 여자처럼 걸어 다녔다. 맞다. 난 사연 있는 여자다.


그 무렵부터였을까. 고양이를 초상화로만 그리던 나에게 한 가지 소망이 생겼다.

‘나는 내 이야기를 해야겠다.’ 그림으로 나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려야겠다 생각했다. 아니, 이제 표현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감정이 차올랐다. 더 이상 혼자 끙끙 앓고 아픔을 삭이지 않으려고 한다. 세상에 외치고 싶었다.


“나 아파요!!!”

아직도 30여 년 전 그 사고 이후로 계속. 그리고 그 아픔은 사라지지 않겠지만 세상에 내어놓음으로 덜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