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7_페르세폴리스

마르잔 사트라피

by 홍홍

이란의 역사를 한 사람의 기억과 기록을 통해 바라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거대한 역사가 한 개인의 삶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 그 소용돌이 속에서 한 인간은 어떤 선택을 하고, 또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지 볼 수 있습니다. 교과서에 몇 줄로 기록된 ‘이란혁명’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과 영혼을 뒤흔든 처절한 현실의 기록으로써 역사를 마주하게 됩니다. 정치, 종교, 폭력이 한 사람, 한 가족, 그리고 한 세대에게 어떤 상처를 남기는지를 생생히 증언하고 있습니다.

『페르세폴리스』는 그래픽 노블이라는 독특한 형식으로 쓰였습니다. 미술을 전공한 저자 마르잔 사트라피는 흑백의 그림으로, 검은 히잡 속에 감춰진 시대의 어둠과 한 소녀의 내면 성장을 섬세하게 담아냅니다. 그림이 많아 금세 읽히지만, 어떤 장면들은 너무도 깊은 슬픔을 품고 있어서 쉽게 페이지를 넘길 수 없습니다. 저자가 10대 시절 직접 겪은 혁명과 전쟁, 망명과 성장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고백하고 있어, 읽다 보면 마치 친구의 일기장을 엿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다만 마르잔은 상류층 가정의 딸로, 이란 사회의 모든 청소년을 대표한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오히려 그녀의 시선을 통해, 보통 사람들의 고통이 얼마나 컸을지 상상하게 되는 것도 이 책의 힘입니다.

이란은 우리나라와도 가까운 나라였습니다. 서울 강남의 ‘테헤란로’는 바로 이란의 수도 테헤란의 이름에서 온 것입니다. 오늘날 뉴스 속 이란은 핵 협상이나 국제 갈등과 관련하여 등장하지만, 본래는 페르시아 문명으로 이어지는 찬란한 역사와 문화를 가진 나라입니다. 1980년대 자유와 풍요를 누리던 사회가 신정국가로 바뀌면서, 여성들은 갑자기 히잡을 써야 했고 종교의 이름으로 수많은 인권침해가 자행되었습니다. 그 혼란의 시대 속에서, 한 소녀는 어떻게 자신을 지켜낼 수 있었을까요? 마르잔은 금지된 음악을 몰래 듣고, 서구 문학을 탐독하는 등 세상이 허락하지 않는 작은 기쁨을 통해 자신을 지켜냅니다. 그 과정에서 인간이 추구하는 본질이 무엇인지를 깨닫습니다. 인간은 언제나 자유를 꿈꾸고,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라는 것을요.

『페르세폴리스』를 읽다 보면, 이란이 낯선 땅이 아니라, 우리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한 곳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역사가 개인을 어떻게 흔드는지를 알고 나면, 우리는 더 깊은 공감과 성찰의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됩니다. 이 책은 단순히 이란의 역사책이 아니라, 자유와 인간성, 그리고 성장에 관한 특별한 이야기입니다. 읽고 나면 다시 앞장으로 돌아오게 되는 마법이 숨어 있어요. 그만큼 마음속에 오래 남는 여운이 있습니다.


「일단 한계를 넘어서면, 견딜 수 없는 것을 견디는 유일한 방법은 그냥 웃어넘기는 것이다.」 - 책 속 한 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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