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면 침묵하라

by 이부장

월요일 아침, 제품 통합회의.
나사원은 파란 머그컵을 들고 이부장 옆자리에 앉았다.

형광등은 밝았지만, 공기는 묘하게 무거웠다.


김상무가 입을 열었다.
“고객사 A에서 알림이 두 번 간대요. 오늘 안에 가닥 잡읍시다.”


박과장은 노트북을 열고, 임대리는 자료를 뒤적였다.
계산하는 듯 조심스러운 분위기.


짧은 침묵이 길어졌다.
나사원의 어깨가 들썩였다.


“음… 설정 문제 아닐까요? 제가 흐름을 정리해볼게요.”
나사원이 손을 들었다.


김상무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나사원이 담당이야. 오늘 4시까지 업데이트.”


순간 공기가 흔들렸다.
박과장은 눈이 동그랗고, 임대리는 ‘헉’ 하는 표정을 숨겼다.
나사원은 한 박자 늦게,
“아, 네!” 하고 대답했다.


회의 후, 복도.
이부장이 불렀다.
“나사원, 커피 한 잔.”


탕비실에서 이부장이 부드럽게 말했다.
“침묵이 불편하지? 근데 확실하게 아는 것이 아니면 말하지 않는 것이 좋아.”


나사원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냥 조용히 있으니 불편하더라구요. 한마디라도 보태면 도움이 될까해서요.”


“아냐. 확실치 않은 말은 참는 게 용기야.
회의에서 한마디는 곧 책임이거든.
어설프게 나서면 네가 담당자가 돼.”


이부장이 머그컵을 내려놓았다.
“모르면 메모부터 해. 끝나고 조용히 물어봐도 늦지 않아.”


그날 오후.
나사원 책상 위는 포스트잇으로 뒤덮였다.
연락, 캡처, 정리.


알고 보니 원인은 다른 팀 변경 사항이 겹친 자잘한 조건 때문이었다.


밤 9시.
퇴근하려는 나사원의 어깨가 축 처졌다.


“수고했어.” 이부장이 말했다.
나사원은 씁쓸하게 웃었다.
“부장님 말, 이제 알 것 같아요.”


일주일 뒤, 또 회의.
이번에도 침묵이 찾아왔다.


나사원은 눈을 감고, 노트에 적었다.
‘모르면 침묵. 확실하면 발언.’


임대리가 먼저 손을 들었다.
“지난주 케이스랑 비슷합니다. 제가 틀 확인해보죠.”


그제야 나사원이 말했다.
“저는 아직 파악이 덜 됐어요. 임대리님 확인 후 필요하면 제가 정리 지원하겠습니다.”


김상무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역할 나눠서 가자.”


회의가 끝나고,
이부장이 엄지를 들어 보였다.


나사원은 미소 지었다.
침묵을 견디는 표정,
그게 이제 어른의 얼굴이었다.


회의에서 모르면 입을 아끼고 메모하라.
확실치 않은 말은 곧 책임으로 돌아온다.
어설프게 나서면 당신이 담당자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