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박과장의 얼굴이 유난히 굳어 있었다.
회의가 끝나자마자 박과장은 이부장의 자리로 다가왔다.
커피도 마시지 않은 표정이었다.
“이부장님, 잠깐 시간 괜찮으십니까?”
이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회의실 한쪽 자리에 앉자마자 박과장이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요즘 사원들… 솔직히 좀 답답합니다. 변화하려는 의지가 없는 것 같습니다.”
이부장은 말없이 듣고 있었다.
“제가 몇 번이나 말했습니다. 우리 팀 방식, 좀 바꿔보자고요. 예전 방식 그대로 하지 말고, 좀 더 체계적으로 정리해보자고. 문서도 표준화하고, 회의도 짧게 하고. 다들 고개는 끄덕이는데… 며칠 지나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갑니다.”
박과장은 손을 모아 쥐었다.
“한 번은 제가 강하게 말했습니다. 이대로 가면 안 된다고. 그랬더니 그 주만 반짝하고… 또 흐지부지입니다. 혁신은커녕, 그냥 버티는 분위기입니다.”
이부장은 웃으며 물었다.
“그래서, 박과장은 지금 뭐가 제일 속상해 ?”
“의지가 없는 게 속상합니다. 젊은 친구들이면 더 적극적으로 바꾸려고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 말에 이부장은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박과장, 하나 물어보자. 그 변화, 김상무님은 알고 있어 ?”
잠시 정적이 흘렀다.
“아직… 구체적으로 보고한 건 아닙니다. 일단 팀에서 해보고, 성과를 보여드리려고 했습니다.”
이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문제일 수 있어.”
박과장이 이부장을 바라봤다.
“밑에서 뭔가를 바꾸겠다고 마음먹는 건 좋아. 그런데 조직이라는 건, 아래에서 혁명처럼 뒤집히는 구조가 아니야.”
이부장은 손가락으로 책상을 가볍게 두드렸다.
“집단 전체에 적용될 변화를 만들려면, management level의 방향과 의지가 있어야 해. 그래야 그게 ‘시도’가 아니라 ‘방침’이 돼.”
“하지만 이부장님, 위에서 지시가 내려오기만 기다리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습니다.”
“맞아. 그래서 박과장 같은 사람이 필요한 거야. 다만, 혼자 밀어붙이는 방식으로는 오래 못 가.”
이부장은 말을 이었다.
“박과장이 한두 번 말해서 안 바뀌는 건 당연해. 문화는 한 번의 회의로 바뀌지 않아. 강하게 말해서 잠깐 움직이는 건 가능해. 하지만 그건 ‘압박’에 대한 반응이지 ‘동의’는 아니야.”
박과장은 조용해졌다.
“강압적인 변화는, 의지를 가진 사람이 자리를 떠나는 순간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려는 속성이 있어. 사람들은 익숙한 쪽으로 돌아가려 하니까.”
박과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첫째, 위에 연결해. 김상무님이 이 방향을 공식적으로 이야기하도록 해야 해. 회의에서 반복적으로 말하고, 평가 기준에 반영되고, 보고서 양식이 바뀌어야 해. 그래야 사람들은 ‘아, 이건 잠깐이 아니구나’라고 느껴.”
이부장은 잠시 말을 멈췄다.
“둘째, 한 번 말하고 끝내지 마. 같은 메시지를 여러 번, 다른 방식으로, 계속 이야기해야 해. 사람들은 세 번쯤 들어야 이해하고, 다섯 번쯤 들어야 움직이고, 열 번쯤 들어야 습관이 돼.”
박과장이 희미하게 웃었다.
“그럼 꽤 오래 걸리겠네요.”
“그렇지. 의지가 밑의 끝까지 가기에는 생각보다 오래 걸려. 특히 바쁜 프로젝트 중에는 더 그렇지.”
그때 회의실 문이 열리며 나사원이 고개를 내밀었다.
“박과장님, 아까 말씀하신 회의 정리 양식… 저희끼리 한번 시범으로 써보고 공유해도 될까요?”
박과장이 이부장을 힐끗 보았다.
이부장은 눈짓으로 괜찮다는 신호를 보냈다.
“그래, 해보자. 대신 한 번으로 끝내지 말고, 계속 써보자.”
나사원이 밝게 대답하고 나갔다.
이부장은 박과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봤지? 의지가 없는 게 아냐. 다만, 방향이 아직 조직 전체의 약속이 아니었을 뿐이야.”
박과장은 한참 생각에 잠겼다.
“제가 조급했나 봅니다.”
“조급할 수 있어. 과장 자리에서는 결과를 보여줘야 하니까. 하지만 문화는 프로젝트가 아니야. 일정표에 넣고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니야.”
이부장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박과장, 변화는 외침으로 되는 게 아니야. 방향과 인내로 돼. 위와 연결하고, 반복하고, 오래 가져가. 그러면 조금씩 바뀌어.”
박과장은 깊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번에는 길게 가보겠습니다.”
이부장은 웃었다.
“그게 진짜 혁신이야.”
변화를 만들고 싶다면, 혼자 외치지 말고 방향을 연결하라.
1. 조직 전체에 적용할 변화라면 반드시 management level과 연결하라.
2. 한 번 말해서 안 바뀐다고 포기하지 말고, 같은 메시지를 여러 번 반복하라.
3. 강압으로 움직이지 말고, 오래 가는 습관으로 만들겠다는 인내를 가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