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상사에게도 한 방을 맡겨라

by 이부장

월요일 아침.
나사원이 이부장 자리로 달려왔다.


“부장님, 내일 고객 시연인데요.
접속 권한이 아직도 안 나왔어요.
회의실도 겹쳤대요.”

나사원은 밤새 조율한 채팅 기록을 보여줬다.


임대리가 커피를 내려주며 말했다.
“나사원, 혼자 다 하려 하지 마. 상무님 카드 한 번 쓰자.”


옆에서 박과장이 끄덕였다.
“이건 상무님이 한마디만 해주면 바로 풀릴 건데.”


나사원이 머뭇거렸다.
“제가 다 챙겨야 인정받는 거 아닌가요?
상무님은 요즘 바쁘시고…”


이부장은 웃으며 말했다.
“바로 그거야. 네가 다 굴리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상사가 ‘내가 도왔다’고 느낄 기회를 줘야 해.
그래야 그분 입에서 네 일이 더 자주 나온다.”


우린 작전을 짰다.
이부장은 노트에 세 줄을 적었다.

지금 막힌 것 한 줄.

선택지 두 개 — 임시 권한 or 일정 조정.

상무님이 써줄 한 문장.


박과장은 공문 템플릿을 건넸다.
임대리는 관련 팀장들 목록을 빠르게 정리했다.
나사원은 그 메일 초안을 매끈하게 다듬었다.


그날 오후.
나사원과 함께 상무실에 들어갔다.


김상무가 달력을 훑으며 말했다.
“핵심만 말해봐.”


나사원이 침을 삼키고 꺼냈다.
“내일 시연 성공을 위해,
오늘 오후까지 임시 권한만 열어주시면 됩니다.
공문과 책임자는 저희가 명확히 적었습니다.”


이부장이 짧게 거들었다.
“선택지는 둘, 책임은 우리.”


상무는 고개를 끄덕이며 전화를 걸었다.
“팀장님, 오늘까지만 임시로 열어주세요.
공문은 제가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임원들에게 한 줄 메일을 포워드했다.
‘이 과제, 내일 회사 얼굴입니다. 협조 바랍니다.’


10분도 안 돼 답이 왔다.
권한이 열렸고, 회의실도 바뀌었다.


나사원이 어리둥절하게 물었다.
“이렇게 빨라요?”


이부장이 웃었다.
“상사는 문을 여는 열쇠를 들고 있어.
네가 방향을 정하고, 열쇠 쓸 타이밍을 만들어 줘.”


다음 날 시연은 깔끔하게 끝났다.


김상무가 돌아오는 길에 말했다.
“이번 건, 나사원이 준비 잘했네.
다음 분기 파일럿도 같이 맡아봐.”


그 주 임원회의에서 우리 과제가 여러 번 언급됐다.
협조 요청에는 ‘즉시 진행’ 도장이 붙었다.


복도에서 박과장이 속삭였다.
“봤지? 상무님도 본인이 한 방 보탰다고 느끼면,
네 프로젝트가 회사 일로 커지는 거야.”


나사원이 크게 끄덕였다.
“앞으론 한두 개는 상무님 몫으로 남겨둘게요.
열쇠 구멍은 제가 찾고요.”


혼자 다 하려 하지 마라.
상사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한두 개 남겨둬라.

상사가 기여했다고 느끼면,
당신의 과제는 회사 안에서 더 자주, 더 크게 이야기된다.

방향은 당신이 잡고,
문은 상사가 열게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