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탈의 경험이 주는 짜릿함
“주영씨, 춤 한번 배워보지 않을래요?’
“네? 저는 몸치인데다, 춤은 저와 거리가 먼 분야예요.”
낮에는 동료로, 오후에는 스윙댄스 강사로 활동하던 그분은 내게 꾸준히 제안을 건넸다. 나와는 상관없는 세계라 여겨 매번 거절했지만, 구경이라도 하라는 권유에 퇴사 후 이직을 준비하던 어느 날 용기를 내어 바(Bar)를 찾았다. 평생 내 인생엔 없을 줄 알았던 춤과의 인연은 그렇게 15년 전 시작되었다.
재즈 음악에 맞춰 커플을 이루어 추는 춤은 꽤나 매력적이었다. 음악에 맞춰 고개하나 까닥 거리는 것조차 어색했던 내가 리듬과 박자에 따라 제법 어울리는 춤이란걸 추고 있었다. 함께 배우는 동기들이 있었고 단계가 끝날때마다 졸업공연이라는걸 준비해야했다. 졸업공연을 끝내고 나면 춤도 약간은 늘었다. 그렇게 한단계 한단계 업그레이드를 하고 있었다.
재즈라는 장르에도 관심이 많아져 음감회와 공연들을 찾아다녔다.더 나아가 다른 장르에도 관심이 생겨 제주에 와서는 탱고에도 도전했다.
길거리에서 리듬을 몸으로 맞추는 사람들을 보면 너무 낯설어 어찌할 바를 몰랐던 나.
이젠 음악이 흘러나오면 자연스레 몸을 까딱 거리면서 리듬이란 걸 탄다.자연스레 몸을 흔든다. 그럴때면 짜릿해지며 해방감과 자유로움을 느낀다.
몸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무용수들을 보면 경이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그렇게 내겐 없을 것 같은 다양한 감정도 춤을 통해 더 많이 경험하게 되었다.
특히 커플춤은 함께 추는 동안 감각이 선명하게 열려 있어야 한다. 리딩이 분명해야 나도 그 흐름에 맞춰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다.
팔로워에게 필요한 것은 화려한 기술이 아니라 집중이다. 상대를 믿고, 리딩하는 사람의 에너지를 온전히 받아내는 일. 그것만으로도 춤은 충분히 완성된다.
집중이 흐트러지는 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상대에게 들킨다. 서로가 흐릿해지는 순간 다음 발을 내딛을 곳을 잃게 된다.
호흡이 맞지 않으면 리더의 신호를 예측해 미리 움직이는 '오토 팔로워'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예측이 시작되는 순간 커플 춤의 본질은 사라진다. 그럴 땐 차라리 눈을 감는다. 그러면 감각은 더 예민해지고, 놓쳤던 집중력을 되찾아 다시 흐름에 올라탈 수 있다.
춤은 내게 '선명해진다'는 것의 의미를 가르쳐 주었다. 상대가 어떤 리딩을 할지 감히 예측하지 않을 때, 비로소 최고의 호흡이 나온다는 것을 배웠다.
상대의 에너지를 제대로 받으려면 지금에 집중해야 함도 알았다.
평생 내 인생엔 없을 것 같던 춤을 배운 경험은 사는 동안 많은 도움이 되었다.
“뭐. 어때. 그냥 해봐. 모르잖아”라는 마음은 새로운 도전 시 망설이는 나를 잘 이끌고 갔다.
일탈, 해 볼 만했다.
내 안의 숨겨진 또 다른 나를 마주하는 일.
스스로에게 부여하던 검열을 내려놓고
한결 자유로워지는 나를 발견하는 일.
사는 동안
나를 깨는 작업이 자주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