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안 와도 되겠다. 지금이 너무 좋아서

우리에게 다음이란 없다.

by 그럴 때도 있지
. 한번도 같은 적 없는 ‘지금’을 보여주는 자연 @협재해수욕장


“더 이상 우리에게 설마란 없다.

두 번 안 와도 되겠다.지금이 너무 좋아서”

-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


바다를 바라보며 윤여정이 한 대사다. 담담하지만 쓸쓸하기도 한,드라마 속 한 장면을 보며 내 앞의 지금 생을 본다.

“두 번 안 살아도 되겠다. 누구에게나 삶은 만만치 않으니.”라고 썼다가 곧 지운다.


내 엄마는 공황장애가 있어 비행기 타기 어려운 사람이다. 2년 전 겨울, 처음으로 엄마와 아빠가 제주에 함께 왔다. 내가 결혼한지 7년 만이었다. 엄마는 가는 곳마다 “내가 언제 또 여길 와 보겠냐”고 하셨다.


나는 어땠나.

이곳은 계절이 바뀌면 또 와야지, 그 친구랑 와야지, 다음에 또 와야지,가야지, 다음에 이야기해야지,다음에 만나야지…

다음에. 다음에. 다.음에. 다음.에.


나의 다음은 왜 ‘지금’이 될 수 없었을까. 여지를 남기고 내일을 기약하고 오늘을 미루며, 자주 내일을 산다. 오늘을 제쳐둔 채.




나를 힘들게 했다는 이유로 당신들에 대한 미움은 오늘 잘도 품고 내일로 미루지 않으면서, 정작 오늘치 행복은 쉽게 미룬다. 미워하는 데 쏟는 에너지가 커, 그로인해 아픈 건 나라는 걸 알면서도 쉽게 놓지 못해 기어이 과거의 감정을 내일까지 데리고 간다.


우리는 모두 시한부라는 고현정의 나레이션처럼 시간이 유한함을 자주 잊고 사는 이유에서다. 건방지게 ‘영원히’ 라는 말은 어디에도 쓸 수가 없다. 그저 순간을 사는 것일 뿐이라는 말을 머리로는 알면서도, 지금 내 앞의 생을 살아내는 일조차 버거울 때가 많다.


뭐든 제 시간을 채우고 떠난다. 계절이든, 인연이든. 사랑이든. 그러니 내일의 시간을 당겨 쓰지 않기로 한다. 어제의 시간 또한 이미 흘러갔으니 잡아두지 않기로 한다.


오늘치의 행복을 담고 오늘치의 수고를 담고 오늘치의 마음을 담는다. 욕심내지 않고 미루지 않고 내 몫만큼만 담아본다. 더 얻어지는 것은 덤이니 그것 역시 잘 품었다가 다시 나눠주면 될 일이다.


그저 오늘을 잘 담는 일도 쉽지 않다. 오늘 내게 허락된 행복만 가져 온다 하더라도 순간으로 쪼개 보면 충분히 넉넉한 양이 될 테니 욕심내지 않기로 한다.


그렇게 순간을 대하는 태도를 달리하다 보면

“두 번 안 와도 되겠다. 이번 생으로도 너무 좋아서“라는 말이 나오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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