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곳 없는 무대 위에서

한 편의 연극을 함께 완성해간다는 것

by 그럴 때도 있지
2012년 어느날 @대학로

“숨을 곳이 없잖아요”

오랜만에 연극 무대에 섰던 유해진 배우의 고백이다.


인생은 라이브다.

영화나 드라마처럼 녹화할 수 없고

미리 연습해 볼 수도, 준비할 수도 없다.


준비를 해두어도

무대 환경과 등장인물에 따라

예측불가한 상황에 자주 놓여지게 된다.


그로 인해

막과 막 사이의 간격이 조절되기도 하며

무대 위 나를 비추던 스포트라이트가 사라지는 경험도하게 된다.


숨을 곳이 없다는 말은

도망칠 수 없다는 뜻이 아니라

결국 나로 살아내야 한다는 뜻이다.


컷 소리도, 다시 한 번도 없는 장면들 속에서

더 좋은 선택이 있었음에도

지금의 최선을 선택하게 된다.


생방송이었다면

방송사고일지도 모를,

시청자 게시판에 욕을 잔뜩 먹을

선택들을 하기도 한다.


애드립이 삶의 유연함으로 작동하고

완벽한 장면을 남기지 못해도

그 순간의 나로 선택했다는 사실만은

사라지지 않는다.

자연이란 무대도 NG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로인해 경이로움을 선물한다. @ 이호테우해변

인생이라는 무대에는

NG도 편집도 없어서

우리는 자주 민낯으로 들킨다.


그래서인지

얼마나 잘하느냐보다

어떤 태도로 서 있었는지가 남는다.


오늘의 나는

조금 어설픈 배우일지라도

끝까지 무대를 떠나지 않는 사람.

당신 또한 함께 무대를 바라보는 사람.


나는 오늘도

숨을 곳 없는 무대 위에 선다.


박수가 없어도

막이 내릴 때까지

무대 위 아래를 오가며

한 편의 연극을 당신들과 함께 완성해가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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