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카 포트가 끓는 동안이면 충분하다.
밤새 내린 눈이 아침을 하얗게 덮어두었다.
미처 바닥으로 향하지 못한 눈은
강한 바람을 타고 창문에 달라붙어 얼음이 되었다.
볕이 들면 가장 먼저 녹아 없어질 것이다.
차디찬 창문에 찰싹 붙은 모습이 위태로워 보였다.
제 뜻은 아니었을 것이다.
강한 바람을 이길 재간이 없어
살기 위해 붙잡을 것을 찾았을게다.
주말 오전부터 내리는 눈에
애씀을 읽는 감정이입이라니 싶다가
마음을 추스르고
오랜만에 모카 포트를 올려 커피를 끓인다.
하단의 물이 가열되며 생긴 수증기 압력이
커피를 밀어 올려
상부 컨테이너로 옮기는 원리다.
추출액이 위로 올라오며 내는 칙칙 소리는
잔잔한 빗소리 같기도 하고
며칠 전 시원하게 코를 풀던 소리와도 닮아
혼자 킥킥 웃는다.
아래에서 위로 오르려면
압력이 필요하다.
중력을 거스르는 일에는
더 많은 에너지가 든다는 뜻이다.
마음도 그렇다.
가라앉기는 쉽지만
다시 떠오르려면 에너지가 필요하다.
커피 추출을 위해 불을 올려야 하는 것처럼,
에너지를 내기 위해
더한 에너지를 보태야 할 때가 있다.
평소엔 괜찮다가도
어쩔 수 없는 상황들이 한꺼번에 닥치면
버거운 순간으로 인식 되는 때가 있다.
버거움을 알아채는 순간,
가만히 내 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냥 놔두어.
흘러가는 대로 따라가.
거스르며 힘쓰지 말고
거기에서 의미를 찾으려 애쓰지도 마.
다 지나가.
누구보다 네가 잘 알잖아.
가라앉았다 떠오르고
또 내려앉기를 반복하는 것이 삶이잖아.
그게 일상이잖아. 별거 없잖아.
좋은 에너지를 만나면
모카 포트에서 커피 추출액이 차오르듯
자연스레 힘이 생겨.
경쾌한 칙칙 소리와 함께
향 좋은 커피를 맛보는 날도 오잖아.
믿어봐.
응. 그럴게.
가만가만 내 안의 목소리를 듣고 대답하다 보니
오늘따라
커피가 유독 달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