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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pplepie May 29. 2023

글을 쓸 수 없는 이유

 비슷한 내용의 브런치 알람이 울린 것이 벌써 몇번이다.

'꾸준함이 작가님의...'

'구독자들은 꾸준히 글을 쓰는 작가에게 친밀감을...'

언젠가는 써야겠지, 마음에 작은 돌덩이를 얹은 것 같다. 글을 못쓰고 있는 게 비단 바빠서만은 아니다. 바쁘다는 말을 달고 산 워킹맘 생활은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같았으니까.


 아이들을 보면 마음에서 뭔가가 느껴지면서 글감이 퐁퐁 솟을 때가 있었다. 항상 같은 내용인가 살짝 걱정스럽더라도 매번 아이들의 마음과 행동-아이스러움-이 주는 감동이 있었고 바쁘더라도 잠깐시간을 내어 그것들을 글로 만들고 공감받는 것이 참 즐거웠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이들을 봐도 퐁퐁 감동이 솟질 않는다.


 사실 한 4개월 전, 학부모님께 심하게 공격받은 일이 있었다. 나는 잘해보려던 거였다. 문제를 해결해보려던 거였는데 평생 잊히지 않을 나쁜 기억을 얻었다. 학년이 바뀌고 그럭저럭 다 극복했다고 생각했는데 그 후 주변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이 다 내 일처럼 느껴져 힘들다. 하루가 머다하고 갱신되는 교사 아동학대 신고 기사들, 학급의 문제아동을 열정과 사랑으로 감싸보려다 오히려 학부모에게 공격받고 많이 아파하다 휴직을 신청하는 동료 선생님, 학생에게 '꼰대가 xx이네.'라는 말을 들었다는 역시 같은 학교 선생님... 글을 쓰면서도 심장이 뛴다.


 휴직하고야 마신 선생님은 중 가장 열정적이시고 마음이 여리며, 예의바른 분이셨단다. 적당히 흐린 눈을 하셨어야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학생이 욕설을 하고 수업을 방해해도 그걸 해결하려 치료를 권하기보다 '학교생활 잘하고 있습니다. 어머님~'하며 하루하루 하교까지만 무사히 시켰더라면 지금까지 같이 근무하실수 있었을까.


 나는, 그렇게 꺾이지 않기 위해서인지 어느 순간 예전보다 느물느물한 마음과 탁한 눈을 갖게 되었다. 학생의 문제 행동을 봐도 가볍게 말하고 넘어갈 뿐, 적극적으로 고치려 하지 않는다. 영혼이 덜할지언정 칭찬을 많이 해주고 나쁜 버릇은 못본 척 넘어가곤 한다. 그렇다고 이 상태가 방임이나 직무유기라 할수 있을까, 난 여전히 많은 그림책을 읽어주고 다양한 활동을 수업에 넣는다. 다만 마음을 다하진 않을 뿐이다. 어쩌면 이런 모습이 바깥에서는 더 좋은 교사로 비춰질지 모르겠다. 어쨌든 화를 잘 내지 않는 선생님이니 말이다.


 사실 난 직장에서 많이 불안하다. 까딱 잘못하면 크게 공격받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산다. 하루하루 오늘의 무사를 기원하며 출근한다.


 하지만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었기에 언젠가는 학교를 주제로 또 글을 쓸수 있을 것이다.(확신은 들지 않는다) 그날이 오기 전까진 내 아이를 보며 영감을 받아 보려고 한다. 부끄럽고 감동도 없었을 오늘의 글은, 구독자분들에게 하는 나의 얄팍한 변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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