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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pplepie Nov 10. 2022

너의 괴물버튼은 무엇이니?

 '괴물버튼'이라는 말을 들어 보셨는지?

유독 건드려지면 아프고 화를 주체할수 없어 사람을 괴물로 변하게 한다는 그 버튼. 그 버튼의 이름도, 눌리는 지점도, 갯수도 사람마다 다를테다.  이 버튼이 없는 부러운 성인군자도 분명 있겠지만 나 또한 마음속에 이것 서너개쯤은 품고 사는 것 같다.


 아이들은 어떨까. 어른에 비해 고난의 역사가 더 적어 괴물버튼따위는 없을까? 내가 봐온 바론 초딩들도 인생의 쓴맛을 논하자면 빠지지 않을만큼의 삶의 애환을 충분히 갖고 있다. 또한 아직 마음의 그릇이 충분히 크지 못하여 불편한 감정을 잘 소화시키지 못한다. 그들도 눌리면 유난히 아픈 괴물버튼 한두개는 갖고 있는듯 보인다.


 분노를 과하게 표출하는 아이들을 너무 자주 만난다. 분노는 필요한 감정이라지만 잘못 표현하면 관계를 망치고 주변 친구들에게 큰 피해를 주기도 한다. 늘 아이들의 분노를 눈여겨보고 있던 나는 이번 학기 독서행사의 책으로 '앵거게임'을 골랐다.

 이 책의 저자는 현직 초등학교 선생님이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의 심리, 분노를 표현하는 방식을 정말 잘 아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로 친구 이름을 가지고 놀리는 행동이나 그것을 외모에 대한 공격으로 되갚아주는 행동. 아주 익숙하여 금세 고개를 끄덕일수 밖에 없는 장면들이 많았다.


 책을 읽어준 다음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그 중 내가 가장 공들이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질문은 '어떨때 가장 화가 많이 나나요?'

이다. 이것만 알면 나의 화를 다루는 단계의 반 이상은 진입했다고 생각했다. 실체를 알면 처리하는건 어렵지 않으니 말이다.

인터넷으로 검색했더니 저자 선생님의 블로그에 닿을수 있었고 거기에서 자료를 다운받아 나만의 앵거게임 책을 써 보았다. 그 중 아이들의 귀여운 대답들을 모아보았다.(맞춤법은 너그러이 눈감아주시길...)


1. 네가 가장 화가 날때는 언제야?

 아이들은 되게 형제관계에 민감하다. 동생과의 분쟁(?)자체나 거기에서 엄마의 지지를 못받을때 화가 난다는 아이들이 있고
나의 자부심인 게임실력, 합기도를 멋대로 평가받을때 가장 화가 난다는 아이들도 있고
친구들이 내 조용한 시간, 공간, 물건을 침범할때 가장 화가 나는 아이들도 있다.


2. 화 속에 숨겨진 마음을 들여다볼까? 네가 진정으로 원하는건 뭐니?

역시 칭찬!!! 아이들을 무장해제시키는 칭찬, 게다가 부모님이 해주시는 칭찬이라면 크으으으!!
사랑을 원하는 아이들.
행복, 평화, 친절, 관심에 이어 비폭력이라니! 역시 또래보다 성숙하고 고차원적인 아이들이다.
의외로 초콜릿인 아이도 있다.ㅋㅋ


3. 그럼 네가 원하는걸 화내지 않고 표현해볼까?

화와 잔소리를 줄여주십시오. 정중한 부탁이다.
내 실력 맘대로 평가하지 말아줄래? 그런데 피드백은 환영이라니 이렇게 마음이 넓을 데가!


내가 가장 화나는 지점을 알아채고 그것을 들여다 보는 것, 그것 참 어른에게도 쉽지 않은 일일 텐데 오히려 어른보다 마음이 더 말랑말랑한 어린이들은 유쾌하게 웃으며 자기 마음을 내보여 주었다. 우당탕탕 서툰 3시간여의 시간 끝에 아이들이 친구의 마음을 알아보고 배려할수 있게 되길 기대하며 아이들이 만든 책은 교실 뒤에 전시하였다. 친구를 배려하는, 더욱 따뜻한 학급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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