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전 가을, 드디어 첫 차를 갖게 되었다. 2015년형 k3 트렌디 모델, 색상은 스노우화이트. 모델의 사양부터 색상까지 나름 굉장한 고민을 거쳤는데,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던지 곧 도로엔 내 차와 같은 모델이 쫙 깔리고 말았다. 몇 년 전에는 같은 학교에 근무하게 된 같은 연차 선생님 무려 세 명이 나와 같은 차를 갖고 있기도 했다. 이렇게 흔한 차라 별로 애정이 없는 줄 알았는데 내일 이 차를 새 주인에게 보낸다고 생각하니 영 섭섭하다. 오늘은 연수가 있어 30분 거리의 한 대학교까지 운전했는데 이것이 나와 이 친구의 마지막 주행이 되었다. 타는 듯 더운 날이었지만 차 앞유리로 보이는 하늘과 구름은 감탄이 절로 나왔다. 짠해진 마음으로 잔나비의 pony를 무한반복하며 운전하다 눈물이 핑 고였다.
'뒷자리엔 부푼 꿈을 숨겨주던 그녀의 젊은 자동차
There she goes, To find a better day
긴 긴 미래로 머나먼 그 길 따라 쏘아 올린 불빛 아득한 기분이 들었네.'
나의 가장 영광스러웠던 순간, 행복한 순간도 함께 해 주었고 제 안에서 펑펑 울던 순간도 말없이 품어준 나의 가장 충실한 친구. 내일 이 친구를 보내는 아쉬운 마음이 쉽사리 달래지지 않는 밤이다. 한 가지 위로가 되는 점은 폐차가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보낸다는 것.(그것도 값을 꽤 잘 받고서 말이다) 내일부터 나는 길가에 다니는 무수한 2015년형 k3 흰둥이를 보며 내 첫 차를 떠올릴 것이다. 앞으로도 나의 가장 젊을 자동차, 여기서 들었던 나의 젊은 음악들에게 작별을 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