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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pplepie Nov 12. 2024

예비 초1,초2가 꼭 해야 하는 것

(2)일상생활에서 교육과정 체험하기

몇 년만 더 있으면 대학을 입학한 지 20년이 다 되어 갑니다. 대학생활에서 가장 선명하게 남아 있는 건 역시 동아리, 놀았던 것, 연애 같은 것들이고 가장 희미한 기억은 단연 수업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많은 날에 들었던 수많은 교수님들의 수업들은 대부분 강의실을 나옴과 동시에 잊어버렸습니다. 그런데도 2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제 기억에 남는 수업이 있습니다. 바로 '교육사회학'수업입니다. 저는 이 과목을 통해 학교 교육이 누구에게나 공평하지 않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사람은 부모로부터 여러 자본을 물려받기 때문인데요, 오늘은 특히 그 중에서 문화적 자본에 대한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갓 태어난 아기들끼리도 다른 것은 많습니다. 그 중 우리는 부모가 가진 습관, 지식, 취향 등을 자연스럽게 물려받습니다. 예를 들어, 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은 부모 아래서 자라 고전문학을 가까이 하고 자란 아이는 장차 학교에 들어갔을 때 국어 교과서가 낯설지 않을 것입니다. 반대로 문학은 읽지 않고 부모님과 예능프로그램을 틈나는대로 즐겨 본 아이는 교과서가 중심이 되는 수업이 지루하겠지요. 이런 것이 바로 문화적 자본이 학생의 학업 성취에 미치는 차이입니다.

 물론 이 이론이 나왔을 시기에 비하면 지금의 교육과정은 훨씬 다양한 문화를 반영하고 있고 수업 방식은 더 유연해졌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문화적 자본의 힘은 생각보다 더 강함을 느낍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2학년 수학에 가장 많은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시각과 시간'이 있습니다. 시계와 달력을 보는 단원인데요, 3년 전 코로나 시절에 저는 달력 부분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던 아이들이 어디에서 이해를 못하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단계를 나누어 질문을 해 보다 그 지점을 찾아냈는데요, 저 나름 충격적이었습니다. 아이들은 4월 1일의 전 날이 3월의 말일인 것을 이해하기 어려워 했습니다. 30일인지 31일인지를 어려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 앞 달의 가장 큰 숫자의 날짜가 끝나고 다음달의 1일이 오는 것을 잘 모르더라고요. 이 지점에서 학생들 사이에 큰 격차가 발생할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집에 달력이 걸려있고 평소에 늘 달력을 보는 철수라는 아이가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철수는 달력을 받으면 자신의 생일과 부모님 생일을 달력에 표시하고 소풍 갈 날이 오늘부터 몇 일 남았는지 세어보기도 합니다. 반면 동갑인 영희는 달력을 본 적이 없습니다. 달력이 집에도 없고 어디서든 본 적이 없어요. 이 두 아이가 학교에 와서 시각과 시간 단원을 접했을 때, 성취도는 같을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비단 객관적인 성취도 뿐일까요? 학습에 관련된 정서도 다를 것입니다. 철수는 익숙한 내용을 교과서에서 만나니 자신감이 넘치고 영희는 너무 어려운 수학이 싫어지지 않을까요? 이런 순간은 교육과정 곳곳에 있습니다. 하다못해 창의적 체험학습 시간에 환경교육을 한다고 해도 그림책에서 지구 온난화나 플라스틱섬에 대한 내용을 접한 아이, 혹은 분리배출을 해 본 아이와 안해본 아이가 수업을 다른 느낌으로 받아들일 것임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아이의 교육을 위해서라도 부모의 취향을 바꾸는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힙합을 좋아하는 엄마가 갑자기 클래식을 듣는다고 행복할까요? 애를 위해 넷플릭스를 꾹 참고 책을 펴들어야 할까요? 그런 무리한 대공사를 저는 제안하지 않습니다. 다만, 잠시라도 교육과정에 주파수를 맞춰 보는건 어떨까요? 십대시절 좋아하던 디제이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매일 같은 시간에 라디오를 켜던 행동처럼요. 맑은 가을날에 광화문 나들이를 하는건 어떨까요? 이순신 장군 동상을 거쳐 세종대왕 동상과 세종문화회관 건물을 보고 공연장의 이름이 누구에게서 온 것인지를 자연스레 익힐 수 있을 것입니다. 시간이 더 있다면 경복궁으로 들어가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이 나들이로 아이는 2학년 2학기에 배우는 '인물' 교과서의 상당 부분을 친숙하게 느낄 수 있게 될 테니까요. 이 외에도 전래동화나 명작동화 읽기, 세계 여러나라 얘기 하기, 제철 과일을 반으로 잘라 보기 등등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하는 많은 것들이 아이를 교과서에 친숙하도록 이끌수 있습니다. 교육과정이라고 해서 우리가 모르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는 거지요. 초등학교 교육과정은 우리 어른들이 조금만 신경쓴다면 얼마든지 일상생활에서 미리 체험하도록 할 수 있습니다. 저는 부모와 함께 한 이런 시간들이 수 개월의 학원 수강보다 더 가치 있다고 믿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아이를 데리고 나들이 어떠세요?가을철 풍경을 감상하며 가을에 볼수 있는 것들에 대해 얘기해보면 좋겠습니다. 또 11월 중순인데 여전히 너무나 따뜻한 날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는 것도 좋지요. 만약 자동차 여행이라면 지나치는 지명이나 기차를 탈 경우엔 정차하는 역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집에 와서 지도책을 펴보는 건 어떨까요? 이런 경험을 통해 아이는 반짝이는 추억을 얻음과 동시에 자신있는 수업시간을 향해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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