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사 에세이 09. 수험생 시절의 나

by 지노무사

우리 사무실에서 일하는 김대리는 요즘 오전 근무만 마치고, 점심을 먹으면 곧장 퇴근한다. 그냥 집에 가는 건 아니고 스터디카페로 간다. 노무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점심을 먹던 김대리가 툭 던진다.

"올해 노무사 1차 응시자 수가 13,500명이래요."

"엥? 작년엔 얼마였는데?"

"11,000명 정도요."

"와... 2,500명이나 늘었네."


순두부찌개를 푸다 손이 잠깐 멈췄다. 13,500명 중에서 300을 뽑으면 경쟁률이 45대1인가. 이 좁은 문에 왜 이렇게 사람들이 몰리는거람


2021년에 붙었으니 나도 이 씬에서는 아직 뉴비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이 세계가 그렇게 달콤하지만은 않다는건 제법 잘 안다.


현실은, 뭐랄까..


냉장고에서 콜라를 꺼내 마셨는데 김이 빠져서 탄산이 느껴질락 말락한 그런 느낌. 처음엔 청량할 줄 알았는데 막상 입에 닿으니 맹맹하고 밍밍한 그런 맛. 아니, 어쩌면 이런 맛이 노무사의 진짜 얼굴일지도 모르지


마음 같아서는 김대리도 말리고 싶다. "김대리, 로스쿨 가, 노무사가 보상이 확실한 직업이 아니다" 근데 그 말을 꾹 참는다. 로스쿨이라고 해서 어디 쉬운 길일까. 어려우면 더 어려웠지


사실 나도 가끔 수험생 시절이 생각난다.


퇴근하고 인강을 들으며 꾸벅꾸벅 졸다가, 새벽엔 괜히 감성에 젖어서 ‘이 길이 맞는 걸까’라며 스스로 묻고 답하던 시절. 중고딩들이 가득한 독서실 1인실에서 '나는 할 수 있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붙인 덕지덕지 노란색 포스트잇으로 하루를 버텼던 시간. 그 때를 생각하면 마음 한켠이 간질간질하고 몽글몽글하다.


김대리가 퇴근한 뒤 괜히 궁금해져서 Q-Net에 접속했다. 작년도 1차 시험 문제를 출력해봤다.


‘그래도 현직인데… 노동법 정도는 무난히 풀겠지?’


스스로를 과대평가한 것도 잠시. 우와 무지하게 어렵다. 부속법령은 듣도 보도 못한 것들이 쏟아지고, 노동법1도 꽤나 함정이 많다. 노동법2는 아예 낯설다. 법령 조문이 죽죽 나오는데 내가 이렇게 아슬아슬한 기억에 의존해 일하고 있었나 싶을 정도다.


민법으로 들어가니 그야말로 지뢰밭이다. 예전엔 민총에 자신도 있었는데 이젠 뭐가 뭐였는지 도통 모르겠다. ‘미성년자의 권리능력’을 신정운 쌤이 재밌게 설명해주셨는데 두문자가 뭐였더라? 가물가물이었나.




아 모르겠다.


이렇게 다시 문제를 들춰보니 그 시절을 추억하게 된다. 그 시절의 나도 참 열심히 살았구나하고. 그 마음만큼은 지금의 나보다 더 단단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또 다른 나였을 누군가는 어딘가에서 조용히, 묵묵히 문제를 풀고 있겠지. 스터디카페 깊은 구석 칸막이 안에서 인강을 듣고 있을 김대리처럼 말이다.


이 글을 보는 모든 노무사 수험생 여러분들, 정말 화이팅이다. 불안하겠지. 껍질 벗는 건 원래 아픈 법이다. 어차피 이럴거 알고 들어온 씬이잖나.




묵묵히 버티면 결국 성과는 온다. 그건 해본 사람이 안다. 그리고 당신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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