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목이 없네

잡신

by 윤선태

면목이 없네

체면이 안 서네

가장으로서 가정을 제대로 이끌지 못하고

하는 일 없이 빈둥빈둥 먹고 놀다가

아내가 어렵게 마련한 절호의 기회마저

흥청망청하다가 망신만 당하고

천벌로 눈이 멀었으니

누구를 탓하고 누구를 원망하겠나?

자식까지 잡을 뻔한 내가 죽어

어두컴컴한 헛간이라도 지키는

잡신이 됨을 그나마 감사할 뿐

체면이 말이 아니네

진실로 면목이 없네



<주> 잡신은 헛간을 지키는 가신이다. 헛간은 집안에서 허드레 물건을 쌓아 놓는 곳이다. 이런 헛간을 지키는 가신이 잡신이다. 조왕신이 된 여산부인의 남편이던 남선비가 죽어 잡신이 되었다. 헛간신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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