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을 이어라

철융신

by 윤선태

얘야, 며늘 아가야

장은 말(馬) 날에 담가야 맛이 좋단다

손 있는 날 장을 담그면

철융신이 노하여 맛도 없거니와

집안에 재액이 든단다


장을 담글 때는 정성으로 임해야 한다

손쉽게 사거나 얻어먹는 것은

당장은 편리하겠지만 결국

네 가정의 입맛을 포기하는 일

힘들어도 매년 담가야 한다


간장, 된장, 고추장을 담근 후

반드시 왼새끼 줄을 꼬아

검은 숯, 붉은 고추, 청솔잎 차례로 엮어

항아리에 감아라, 그런 후

백지를 버선 모양으로 오려

장 항아리에 철석 붙여놓으면

그 맛이 더욱 좋아진단다


우리 집에 깃들어 장독대를 지키고

그 맛을 보존하여 집안을 복되게 하는

할아버지 철융신을 위하여

정화수 떠 놓고 비는 일도

잊지 말아야 한다


아가야, 며늘 아가야

장맛을 지켜라

그 맛을 천년만년 이어가거라

할아버지 철융신이 지켜보고 있다



<주> 철융신은 장독대를 지키는 가신이다. 노적지신 또는 천룡신이라고도 하며, 검은 탈을 쓴 노인의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간장, 된장, 고추장의 독과 항아리로 구성된 장독대를 지키며 그 맛을 유지하는 가신으로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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