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조상

남매 혼 홍수신화

by 윤선태

누이야, 대홍수로 온 세상이 물에 잠겼구나

살아남은 생물은 각각 암수 한 쌍씩

자연스럽게 번식해 가는데

인간은 오직 너와 나 뿐이니

이 일을 어떡하면 좋단 말이냐?


오라버니, 전 오라버니가 있어 안심이지만

이대로 남매로만 살아간다면

세상에 인류의 대가 끊어질 판이네요

하소연할 사람도 물어볼 데도 없어

저 또한 난감하고 막막하네요


누이야, 하늘의 뜻을 알아보자꾸나

우리 각각 불을 피워

솟아오르는 연기가 하늘에서

뱀처럼 서로 꼬며 오른다면

짝을 맺으라는 하늘의 신호로 받아들이자꾸나


오라버니, 그것만으로는 부족해요

우리 서로 맷돌을 언덕 밑으로 굴려

아래에서 숫 맷돌과 암 맷돌이 딱 들어맞는다면

부부의 연을 맺어 대를 이으라는

하늘의 뜻으로 받아들일게요


누이야, 하늘에서 연기가 뱀처럼 꼬이고

아래에서 맷돌이 서로 배꼽을 맞추니

틀림없는 하늘의 뜻이구나

거부할 수 없는 하늘의 명령이구나

받아들이면 어떻겠느냐?


그래요, 하늘의 뜻이네요

오라버니를 지아비로 삼으라는 하늘의 명령이네요

그럴게요, 우리 인간이 이 세상에서 영원히

대를 이어 지배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오라버니와 부부의 연을 맺을게요

자, 이제 눈을 감을 게 사랑을 주세요



<주> 대홍수라는 자연재해로 인한 새로운 창조를 담은 신화이다. 세상은 대홍수로 인해 인류 절멸의 위기에 처한다. 유일한 생존자인 남매는 최대한 근친혼을 피하려 하지만, 결국 하늘의 뜻으로 맺어지게 된다는 신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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