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웅신
천하장사라지만 기껏 나무꾼인 내가
동해 용왕과 서해 용왕의 전쟁에 끼어든 것은
명예를 얻기 위함도 아니오
재물 욕심이 있어서도 아닌, 오직
아내를 얻기 위함이었소
살면서 아내를 얻는다는 것은
가장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내 능력껏 서해 용왕을 무찌르고
약속한 대로 다른 건 다 마다하고
연갑(硯匣)만 얻어 돌아왔소
그 속에 들어 있는 동해 용왕의 딸
우렁이각시처럼 나를 도와주는
아름다운 그 모습과 마음에 반해
내 진심을 보여주며 설득해
부부의 연을 맺었소
아들 셋 낳고 꿈같은 세월을 살아가는데
어느 날 그녀가 떠나갔소
인간이 아니기에 언제까지 땅 위에 살 수 없다며
눈에 밟히는 자식까지 버려둔 채
다시 용궁으로 돌아갔소
나보고는 세 아들과 함께
전쟁에서 군대를 다스리며
천년만년 살라 당부하더니
눈물을 감추고 손을 흔들며 떠나갔소
하여 이제 나는 군웅신
어떤 전쟁이든 합당한 명분이 있다면
기꺼이 함께하며 싸울 것이오
아무리 약한 상대라 해도
명분 없는 전쟁은 절대
도와줄 수 없음을 명심하시오
<주> 군웅신은 군대가 싸움에서 이기고 지는 일을 관장하는 신이다. 천황제석과 지황부인 사이에서 태어난 거인 왕장군이 군웅신이다. 동해 용왕의 딸인 용녀와 결혼해 태어난 세 아들이 함께 군웅신이 되어 모든 전쟁에 관여한다고 믿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