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

불화의 신

by 윤선태

옛날에 나는 선녀

만인의 사랑을 받았지만

누구든 함부로 근접할 수 없는

천상에 살던 서수왕아기 선녀


연애 한 번 안 하고

부모가 맺어준 인연으로

행복하고 아름다운 생이기를 바랬는데

결혼식 날 신랑은 나를 떠나가네요


아무리 선녀라지만

사랑에 실패한 여인으로 찍힌 낙인

지울 수 없어 죽음을 부르고

죽어서도 맺힌 한이 너무 커 돌이킬 수 없는

질투와 불화의 새가 되었지요


머리에서 두통새가 나와

생각만 해도 골치가 아프게 하고

눈에서는 홀깃새가 태어나

아름다운 모습만 봐도 눈을 흘기게 했지요


코에서도 악심새가 날아올라

이유 없이 악한 마음을 갖게 하더니

입에서조차 헤말림새가 태어나

부부 사이를 이간질하는 새가 되었지요


하여 나는 질투와 불화의 신

누구든 예외가 없으니

함부로 접근하지 마세요

제발, 피해 가세요



<주> 불화의 신은 사람들 사이를 이간질해 불화가 일어나게 하는 신이다. 선녀였던 서수왕아기가 바로 이 신이다. 자청비를 사랑한 문도령에게 버림받아 화병으로 죽은 뒤, 질투와 불화를 일으키며 둘 사이를 갈라놓는 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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