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신
제주 동김녕 마을 선주 송동지
당신은 내가 사모해오던 그린비
진상품을 바치고 돌아가는 길에
광청 고을 내 집에 머문 당신을
그냥 보낼 수는 없었지요
모두가 잠든 이슥한 밤
색시놀음 핑계로 내 방에 불러들여
꿈인 듯 생시인 듯
날 새는 줄 모르고 함께한
열락의 하룻밤
날이 밝자 당신은
아침도 뜨는 둥 마는 둥
바람처럼 제주로 돌아갔지만
진상은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지요?
사랑은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지요?
다시 만났을 때
홑몸이 아님을 알고도
출육금지령(出陸禁止令)이 발목을 잡았지만
무조건 좇을 수밖에 없었지요
그 길이 돌아올 수 없는 바다라 해도
다행히 파도에 휩쓸린 영혼
막내딸에게 의탁한 걸 알고
맺힌 한을 풀어 주니 그저 고마워
송씨 집안의 조상신으로 자리를 잡아
대대로 당신과 함께할 뿐이랍니다
<주> 조상신이란 자손을 보호하는 신이다. 집안마다 차이는 있지만, 광청아기본풀이는 제주시 구좌읍 동김녕리 송씨(宋氏) 집안 수호신의 내력담으로 알려져 있다. 이 집안에서는 굿을 할 때 집안의 수호를 빌기 위해 심방에 의하여 불렸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