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락궁이
나는 할락궁이, 신산만산할락궁이
하늘 세상과 이승 사이
서천꽃밭을 가꾸는 아버지
사라도령을 찾아 떠난다
어머니를 남겨 둔 채
흰 사슴 타고 쫓기며 찾아가지만
짠 소금에 매운 고춧가루 뭉친
메밀 범벅이 내 유일한 무기
쫓아오는 백리둥이 사냥개는
메밀 범벅을 먹여 백리수를 마시러 가게 하여 물리치고
추격해오는 천리둥이 사냥개도
메밀 범벅을 먹여 천리수를 마시러 가게 하여 물리쳤으며
따라붙는 만리둥이 사냥개까지
메밀 범벅을 먹여 만리수를 마시러 가게 하여 물리쳤다
배고픈 까마귀 벌레 잡아 주고 길을 묻고
선녀의 깨진 물동이 고쳐주며 길을 물어
얕은 물, 깊은 물, 더 깊은 물 건너고
또 건너 도착한 서천꽃밭
아버지 사라도령을 만나
환생 꽃 다섯 송이 얻어 와
죽은 어머니 찾아내어 살려내고
서천꽃밭 꽃감관 자리를 이어받아
꽃으로 세상 사람 소원을 들어주고 있다
이제 꽃을 보면 감탄만 하지 말고
그 꽃의 이름으로
네 간절한 소원을 빌라
그러면 이룰 것이다
<주> 꽃감관으로 임명된 사라도령이 임신한 아내 원강아미와 함께 가다가 어쩔 수 없이 아내를 자현장자 집에 맡기고 떠났다. 그의 집에서 태어나 장성한 아들 신산만산할락궁이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꽃감관을 이어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