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덕을 쌓아라

저승길신

by 윤선태

무서워 말게

저승길이 아무리 험난해도 우리가 있네

걱정하지 말고 나들이 가듯

가벼운 마음으로 따라오게나


우리는 바리공덕할멈과 할범

마른 체형에 굵은 주름

지조 있는 인자한 얼굴로

소박하고 성실하게 살다가

저승길 안내자가 된 늙은이라네


긴 인생 살아오면서 욕심 없이

떠돌이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헐벗은 사람에게 입은 옷 벗어주며

어우렁더우렁 모나지 않게

양보하고 베풀며 살았지


그중에서도 어린 바리공주를 만나

젖동냥하며 애지중지 키워

어엿한 숙녀로 성장시킨 인연은

하늘이 우리 늙은이에게 준

마지막 보람이었고 행복이었네


삶은 누구에게나 바람 잘 날 없으니

그 바람 즐기며 살게나

이승에서 쌓은 공덕의 탑은

저승까지 이어진다는 것을 명심하고

손해 보는 듯 살다가 우리와 함께

저승으로 훨훨 나들이 가세나



<주> 저승길신은 망자의 저승길을 안내한다는 신이다. 바리공덕 할멈과 할범이 저승길신이다. 바리데기를 주워다 기른 할아버지와 할머니로 신이 되어 노제를 받아먹으며 망자의 저승길을 안내하고 있다고 한다.

이전 02화오구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