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광귀
신발은 그 주인의 얼굴이다
함부로 차거나, 심술로 엎어 놓거나
실수로라도 밟지 마라
몽딸 키에 삐뚤이인 나는
허우룩한 옷차림에 맨발로
밤에만 활동하는 신발 귀신이다
전생에 구두쇠로 살다가 죽어
이승의 죄를 씻기 위해 지옥 귀신으로
헐벗어 추위에 떨며 굶주리고 있다
내가 맡은 일은 인색한 영혼들의 지옥 안내
일년내내 그 일만 하다가 섣달그믐날 밤
단 한 번 휴가로 이승에 내려온다
우선, 신발이 없기에 내 것을 찾아
집집 뜨락에 놓인 신발을 신어 보고
내 발에 꼭 맞는 것이 있으면
잃어버린 내 것으로 알고 가져간다
신발을 감춰라
내가 들어갈 수 없는 안방이나
마루 밑 깊숙이 엎어라도 놔라
그게 힘들다면 기둥에 채라도 걸어 둬라
내 유일한 취미는 채의 구멍 세기
하나, 둘, 셋, 넷이 헤아림의 전부지만
반복 또 반복하며 구멍을 세다가
닭이 울면 부랴부랴 저승으로 향한다
간수를 잘하라
신발을 잃는다는 것은
자신의 분신 같은 생명을 잃어버리는 것
애인처럼 아껴라
<주> 야광귀는 신발 귀신이다. 섣달그믐날 밤에서 정월 초하룻날 새벽 사이, 잠든 아이의 신발 중에서 자기에게 맞는 신발을 신고 사라진다고 한다. 신발을 좋아해서 훔쳐 가는데, 도둑맞은 신발의 주인은 그해에 안 좋은 일이 일어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