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저승에 들고 싶어요

객귀

by 윤선태

비나이다, 비나이다

저승 시왕님께 비나이다


인제 그만 저를 용서하소서

객귀가 되어 떠도는 것도 지쳤습니다

살지도 죽지도 못하는 이 영혼 불쌍히 여기시어

저승에 드는 것을 허락하소서


살아생전 심술궂었고 불효했던 것

깊이깊이 반성합니다

나만 살겠다고 구두쇠 노릇을 하며

조상 제사까지 허투루 모셨습니다


가족이나 이웃, 친척은 물론

집안의 가신들까지 무시하고

대접 한번 제대로 안 하며

내 몸만 위했습니다


저를 잡으러 온 저승차사들

음식과 옷과 신발로 매수하고

목숨을 구걸한 죄 죽어 마땅합니다


착한 며느리 말 무시하고

다시 준 기회마저 뭉개버렸다가

저승 명부에서 이름이 지워져

이제껏 객귀로 구천을 떠돌고 있습니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저승 시왕님께 비나이다

제발 이 영혼 잡아가 주세요

이젠 저승에 들고 싶어요



<주> 객귀란 죽어서도 저승에 들지 못하고 떠도는 영혼이다. 사마장자는 인심 사나운 부자로, 저승사자에게 융숭한 대접을 하여 목숨을 건지지만 저승 명부에서 이름이 지워져 객귀로 떠돌고 있다고 한다. 서사무가인 장자풀이에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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