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 시왕 염라대왕
죽은 지 다섯 번째 칠 일이 되는 날
모든 망자는 나 염라대왕 무릎 아래
꿇어앉게 되리라
누구는 내가 문밖에서 기다린다고 쉽게 말하고
나도 돈 쓰기에 달렸다고 빈정거리는가 하면
돈 앞에서는 나도 한쪽 눈을 감는다며 막말하고
내가 제 할애비라도 벗어날 수 없다며 깐죽거리지만
아니다, 그런 소리 마라
내 앞에는 망자의 죄를 비춰보는 거울
업경대(業鏡臺)가 있어 모든 죄가 낱낱이 비친다
거짓은 통하지 않는다
요행을 바라지 말라
도둑질에 음행을 일삼고 살생한 자는 물론
부모님이나 어른들의 말에 불손했거나
입방아로 일가의 화목을 깨뜨린 자까지
벗어날 수 없다
용서할 수 없다
이런 자들은 혀를 길게 빼 뽑는
발설지옥에 떨어뜨려
다시는 말을 할 수 없도록 하여
이승에서 지은 죄를 닦게 하겠다
지옥의 시왕은 누구든
정의와 상식에 맞게 판결하노니
부끄러운 일은 눈곱만큼도 없음을
명심, 또 명심하라!
<주> 지옥의 제5 시왕 염라대왕은 망자가 죽은 지 35일째 되는 날부터 심판하는 시왕이다. 민간신앙과 신화에서 시왕을 대표하는 존재로 인식되어 있다. 혀를 뽑는 발설지옥을 다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