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에게 이사란
미국에 살다 보면 유학생들이 다양한 이유로 이사를 다니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개미와의 전쟁, 룸메이트와의 갈등, 층간소음, 렌트비 상승 등등.. 어떤 이유든, 이사는 항상 쉽지 않아 보였다. 특히 유학생들에게 "이삿짐 센터라도 부르지" 라는 말은 절대 금지다. 모든 것이 돈이고 특히 이사 관련 노동비가 매우 비싸기 때문이다.
유난히 더웠던 어느 날, 나는 이사를 해야 했다. 문제는 계약한 새 집에는 뒤늦게 들어 갈 수 있었고, 기존의 집은 계약이 거의 만료되어 갔다. 결국 약 한 달간의 방랑 생활이 예정되었고, 나는 캐리어 하나를 끌고 친구와 지인의 집을 전전하며 지냈다.
그렇게 시작된, 미국에서의 나의 이사 과정은 아래와 같았다.
Step 1. 이사 갈 곳 알아보기 & 구하기
먼저 이사할 곳을 알아봐야했다. 이사할 집은 생각보다 다양한 루트로 찾을 수 있다. 구글 검색만 해도 렌트 관련 정보가 꽤 많고, 전문 렌트 사이트들도 유용하다. 하우징 페이스북 페이지도 매우 유용하다. 특히 대학 타운이라면 학생들 간의 서브리스나 쉐어 정보가 활발하게 올라오고, 속도도 빠르다. 하지만 제일 추천하는 경로는 지인 추천이다. 집을 구하는 과정에서는 적극적으로 그곳에 살고 있는 선배들이나 지인들에게 연락해서 살 곳을 추천받는 것이 매우 좋다 (특히 아파트나 빌리지의 경우). 한 가지 팁 아닌 팁을 주자면, 8월 move in 시점이 다가와서 집 매물이 없을 거라고 패닉하지 않아도 된다. 대학타운은 보통 9월에 학기 시작이므로 그전에 보통 move in 하므로, 어떤 경우에는 8월 막달 파격 세일이나 오퍼가 있는 경우도 있다. 1bed 가격에 2bed 를 준다던지, 8월 렌트를 안받는다던지. 물론 미리 구하는게 제일 좋긴 하다.
Step 2. 기존의 물건 처분하기
현실적으로 짐을 모두 들고 이동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래서 선택한 전략은: 버리고, 팔고, 나누기.
미국에선 종종 yard sale이나 move-out sale을 열어 중고 물건을 판매한다. 나도 비공식 move-out sale을 열고, 필요 없는 물건들을 직접 나눠줬다. (아직도 아른거리는 나의 커피 그라인더..)
Step 3. 나와 물건 무사히 이동시키기
물건은 다양한 방법으로 이동시킬 수 있는데, 이삿짐센터를 활용하거나 함께 비행기나 차를 운전해서 가거나, 택배로 붙이는 방법이 있다. 내가 아는 대학원생 지인들은 종종 대륙횡단 이사를 할 때 차에 본인 + 짐을 가득 채우고 하는 경우를 목격했다.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하루에 12시간씩 일주일을 운전해서 동부에서 서부, 서부에서 동부로 이사를 가기도 한다 (역시 대학원생). 먼 곳으로 이사를 가려면 차 또한 보내야 한다. 차를 보내기 전에도 차 상태를 꼼꼼하게 확인하고 사진을 찍어두는 것이 좋다. 차에 짐을 소량 실어서 보낼 수 있는데 창문을 넘지 않는 선에서 짐을 실어야 하고 센터나 주마다 규정이 조금씩 다를 수 있으니 확인해 보아야 한다. 물건을 이동시켰다면, 이제 본인도 드디어 갈 차례. 비행기나 차나 이동수단을 타고 이동하면 된다.
Step 4. 이사 간 곳 집 상태 확인하기
사실 처음 이사 가려고 했던 곳은 집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내부에 곰팡이도 있고, 쥐의 흔적도 있고... 집주인은 막무가내였다. 시간이 없고 거리가 멀어서 내부 투어를 미리 하지 못했었는데, 집 내부를 보고 많은 후회를 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할 수 있다면 무조건 집 내부는 보고 계약해야 한다. 빌리지나 아파트 같은 경우는 사전에 tour를 미리 예약할 수 있다. 렌트라면 처음 집에 들어가서 사진을 꼼꼼히 찍어두는 것도 좋다. 집 계약을 할 때는 무조건 리스를 아주 꼼꼼하게 읽어봐야 하고, 똑 부러지게 궁금한 점들은 다 물어봐야 한다. 룸메이트와 방을 셰어 할 예정이면 룸메이트들의 성향이나 룸 셰어 policy 등도 꼼꼼하게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Step 5. 이사 간 곳에 물건 들여놓기
이사 마지막 단계! 짐 일부는 친구 집에 맡겨놨고, 새로 구입한 중고 가구들도 있었다. 그래서 미국의 대표 트럭 렌탈 업체인 U-Haul에서 하루 트럭을 빌려 이동했다. 친구들에게 "짐 별로 안많지?" 라며 머쓱한 웃음을 지으며 짐을 함께 옮기는 것으로 마무리. 짐을 하나둘 들여놓고 나면, 이제 중고 거래 사이트의 노예 혹은 아마존의 충직한 노예가 되어 필요한 물건들을 구입하기 시작한다.
팁 하나: 학교에서 여는 중고 세일 행사를 적극 활용하자. 왜인지 모르겠지만 항상 긴 거울에 대한 경쟁이 치열하다. 보통 가을학기 시작 전에 많이 열리고, 가성비 좋은 물건들을 득템할 수 있다. 가성비 좋은 물건들은 동묘시장마냥 빨리 팔리니 최대한 빨리 갈 것!
추가적으로 이사는 지인찬스와 체력싸움이었다. 이사 과정 동안 정말 많은 지인들이 도움을 주었다. 새로운 곳과 기존의 집에서 모두. 지인들 덕분에 이사를 할 수 있었다 (밥 사줘야하는 사람들이 많다). 오랜 기간 방랑생활을 하고 짐을 계속 옮겨야 해서 나름대로 꾸준히 생활패턴을 유지하려고 루틴 어플도 사용하고 운동도 해가며 체력관리를 하려고 노력했다.
짜장면 배달은 안되지만 짜파게티라도 먹을 수 있음에 감사하며... 그렇게 나는 50일의 방랑 생활 끝에 무사히 미국에서 이사를 할 수 있었다. 돈도, 체력도, 멘털도 쉽지 않은 이사과정이었지만 배운 점은 많다.
결론: 미국에서 이사는 되도록 피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