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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르노르망 Dec 12. 2023

최초로 우주에 간 고양이가 있었다.

2화 - 우주 고양이의 존재 이유


2화   우주 고양이의 존재 이유 



 우주 고양이의 존재 이유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프랑스의 우주 탐사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프랑스에서 우주 탐사 계획이 본격적으로 실행된 것은 1960년대부터였지만 프랑스는 당시 소련과 미국에 뒤이은 ‘제3의 우주 강국’이었으니까요.


게다가 프랑스는 이미 오래 전부터 우주 산업에 관심을 갖고 있었죠. 그도 그럴 것이, 프랑스는 유독 하늘을 나는 비행의 꿈을 실현시키는 데에 많은 기여를 한 나라이기도 합니다. 


18세기 말, 프랑스의 몽골피에Montgolfier 형제가 발명한 열기구 덕택에 인간은 비행의 꿈에 성큼 다가섭니다. 이후 프랑스 물리학자 샤를Charles은 자신이 만든 수소 기구를 타고 도버 해협을 횡단하는 쾌거를 이룹니다. 쥘 베른의 소설이 미래를 예견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시대적 배경에 기반하고 있을 것입니다. 



몽골피에 형제가 발명한 열기구(1783년)



하지만 애석하게도, 동물 우주 비행을 처음 실험한 나라는 프랑스가 아니었죠. 1957년, 소련이 유기견이었던 라이카를 스푸트니크 2호에 실어 우주에 보냅니다. 불행히도 라이카는 지구로 귀환하지 못했지만 ‘최초의 동물 우주 비행사’라는 타이틀을 얻고 유명해졌습니다. 이에 질세라 미국에서는 1961년 머큐리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침팬지 햄을 우주에 보냈습니다. 햄은 궤도 비행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무사히 지구로 돌아왔죠.



                                       러시아의 개 라이카와 미국의 침팬지 햄



그러나 침팬지 햄이 우주를 비행한 지 근 3개월 만에, 소련은 보스토크 1호에 최초의 인간 우주 비행사 유리 가가린Yuri Gagarin을 태워 궤도 비행에 성공합니다. 최초의 인간 우주인이 성공적으로 임무를 마친 감격적인 순간이었습니다. 이에 자극을 받은 미국은 부랴부랴 같은 해인 1961년, 앨런 셰퍼드Alan Shepard를 머큐리호에 탑승시켜 최초의 미국 우주 비행사 자격을 줍니다. 하지만 앨런 셰퍼드가 했던 우주 비행은 궤도 비행이 아닌 탄도 비행에 불과했습니다. 



러시아 최초의 인긴 우주 비행사 유리 가가린과 미국의 우주 비행사 앨런 셰퍼드



이처럼 점차 치열해져 가는 우주 탐사 전쟁 속에서, 유럽의 우주 산업을 대표하는 국가이자 오랜 비행의 역사를 자랑하는 프랑스로서는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할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해졌습니다. 프랑스가 보다 적극적으로 우주 탐사에 뛰어들 수 있도록, 샤를 드골Charles De Gaulle 대통령은 1959년 1월, 우주 탐사 위원회(CRS)를 조직합니다. 이 기관 덕분에 프랑스는 자국의 로켓인 베로니크 AGI가 우주로 향하기 위한 실험을 시작할 수 있게 됩니다. 



프랑스의 베로니크 로켓 발사 실험을 보도하는 <파리마치>(1959년 3월)



또한 생물학과 신경학, 생리학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던 프랑스는 그간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이 분야의 전문가들을 기용하여 우주 생물학을 연구하기 위한 특수 기관을 설립합니다. 이 기관이 바로 항공의학 연구조사센터(CERMA)입니다. 이 기관은 본래 공군들을 위한 보건 서비스 기관 내에 속해 있었지만, 1955년 우주 시대의 개막과 함께 군의관이자 교수였던 로베르 그랑 피에르Robert Grand Pierre가 우주 생물학 분야에서 다양한 생리학적 연구를 진행시키고자 기획한 곳이었습니다. 


이러한 우주 생물학 프로젝트의 목적은 인간과 비슷한 영장류를 미리 우주에 보내 동물들이 우주에서 반응하는 생물학적 변화를 기록해 연구하고, 인간 우주 비행사들의 탑승 가능 여부를 타진하기 위한 실험이기도 했습니다. 


이미 라이카와 햄이 최초의 동물 우주 비행사로서 명성을 얻은 후였으므로, 이 프로젝트는 그다지 새롭게 들리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히 생물학과 생리학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던 프랑스는 그랑 피에르 교수의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여기에는 분명 자국의 로켓 기술과 생물학적 성과를 연관짓고자 하는 포부도 있었겠죠. 


우주 탐사선의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아직 소련과 미국을 따라잡을 수 없을 지라도, 순수 과학적 차원에서 우주에 보낸 동물들의 신경 작용과 생리학적 반응을 연구하는 일은 이 분야에 상당한 지식을 보유한 프랑스만이 할 수 있으리란 기대가 컸을 것입니다. 


사실 우주 시대가 열리기 전에는 무중력 상태에서의 생물체의 반응에 그다지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1960년대에 이런 무중력 상태에서의 실험은 한 순간도 중력을 거스를 수 없는 지구에서는 수행하기 힘든 연구였겠죠. 그랑 피에르 교수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무중력 상태에서의 생물체의 균형 감각과 방향 감각의 메카니즘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연구하고자 했습니다. 또한 무중력 상태에 처한 동물들의 뇌 활동을 실시간으로 측정해 지구로 전송하는 방식을 구상했죠. 이 연구는 1961년부터 1967년까지 수행되었습니다.


소련과 미국에 비해 다소 뒤늦게 동물 우주 비행을 실험하게 된 프랑스는 1961년에는 쥐를, 그 후 1963년에는 세계 최초로 고양이를 우주에 보내기로 결정합니다. 인간 이전에 먼저 고양이와 다람쥐를 우주에 보내 그 가능성을 실험했던 쥘 베른 소설 속 장면이 드디어 현실화되는 순간이 온 것입니다. 다행히 그 둘은 함께 떠나지 않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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