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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 Sep 24. 2023

상담은 언제나 ok

2학기 학부모 상담 주간이 끝났다.

지난 일주일 모두 19분의 어머님들과 전화 상담을 했다. (1분은 대면상담)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금요일엔 신청을 안 해주셨다) 평균 10~20분 정도의 통화 시간 동안 주로 이야기를 하는 것은 나였고, 듣는 쪽은 어머님들이었다.

하는 이야기는 대부분 비슷했다.

학교 생활 전반, 수업 태도, 교우 관계  등 내가 보고 듣고 기록한 것들 중 전달해야 할 사항들을 말했다.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보다 전화로 하는 것이 훨씬 덜 부담스럽긴 하다. 하지만 부모님께 전화를 걸 때의 마음은 조급하다. 기록해 둔 자료를 보긴 하지만 모든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하긴 무리여서 즉흥적으로 떠오른 기억에 매달려 이야기를 시작한다. 1학기보다 달라진 점이나 발전한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쉽다. 두드러진 행동의 변화나 교우 관계에서 급변한 아이들을 말할 때는 조심스럽긴 하지만 최대한 긍정적으로 이야기하려고 노력한다.


듣고 싶어 할 것들을 말하려고 나 스스로 언어를 선별한다. 그것이 고되다.


상담 : 문제를 해결하거나 궁금증을 풀기 위하여 서로 논의함.


초등학교에서 상담은 상시적으로 이뤄진다. 문제 행동의 지속적 발현 시 가정 연계 지도를 위해 학부모와 연락하여 학교에서 아이가 문제행동의 원인을 찾고 문제 행동을 멈출 수 있도록 방법을 학부모와 의논하여 해결하려고 이야기하는 것이 상담이다.


학교 교육과정에서 상담은 1년에 2차례 시기를 정해둔다. 1학기는 3월, 2학기는 9월.

이 시기의 상담은 안부 인사다.


먼저 1학기 초 학부모 상담은 시기가 너무 이르다. 학생에 대해 아직 관찰이 덜 된 3월 초 중반에 할 수 있는 말이라곤 짧은 시간 동안 관찰했던 내용과 가정에서 학교에서 특별히 지도하길 원하는 것들을 듣는 정도이고 서로 잘 부탁드린다는 말로 끝낸다.

2학기 초 상담도 마찬가지이다. 1학기 동안 상담이 필요했던 경우는 직접 전화를 걸어 이야기를 나누었고, 1학기 내내 학교에서 학습 활동에 대한 피드백은 학급 홈페이지나 밴드에 지속적으로 기록했다. 학교 생활에 대해 알 수 있도록 수업 활동을 간단하게 기록하여 학교에서 도대체 무엇을 하나 궁금하지 않도록 충분히 학교 생활에 대해 공유했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상담이 필요한 이유가 아님에도 1학기 - 2학기 시작이라고 상담을 신청받고 상담하는 이 과정이 매우 불필요하게 느껴졌다. 하루 5-6명의 어머님들과 숨 가쁘게 전화를 하고 나면 무슨 말을 했는지 이 아이한테 했던 말이나 저 아이한테 했던 말이나 그 말이 그 말이 되게 된다.

일주일이라는 기간 설정이 학부모나 교사에게 서로 버겁다. 아이가 성장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 기간이 과연 필요할지 의문이다.


우리 반 26명 중 상담을 신청한 학부모님은 19분, 4분은 상담 미신청함으로 신청서를 제출하였고 나머지 3분은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그중 18분은 전화상담이었고, 1분은 대면상담이었다.

대면 상담을 오신 어머님은 마침 이야기가 필요한 아이여서 다행이었다.

평소 속내를 쉽사리 표현하는 아이가 아닌데 1학기말부터 친구들 사이에서 겉돈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머님께 아이가 교실에서 친구 관계에 영향을 많이 받고 외로워 보인다는 말을 건넸다. 가정에서의 모습과 많이 다르다며 놀라셨고 서로 이야기를 많이 하겠다고 말씀하셨다.


학교에서의 모습을 많이 궁금해하시는 부모님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안다. 나도 초등학교 2학년 학부모다.

아이의 학교 생활에 대해 궁금하다면 다음의 방법을 추천한다.


1. 아이의 알림장을 확인하자.

알림장은 말 그대로 학교 생활을 알리는 용도이다.  알림장에서 아이가 글씨를 잘 썼나를 보지 말고 아이가 요즘 학교에서 무엇을 하는지 알림장을 통해 알아보자. 더불어 학교에서 보내온 가정통신문(이 알리미, 학교종이 포함)이나 학습지 등을 확인한다. 국어, 수학 등의 주요 교과에 대해서는 단원 평가를 치고 그 후 학습지를 가정으로 보내는 경우가 많다. 학원을 몇 개를 다니든, 학습지를 무엇을 하든, 아이가 학교에서 직접 푼 학습지를 꼭 확인하자.


2. 학교 홈페이지, 학급 홈페이지 (밴드, 하이클래스, 클래스팅 포함)를 확인하자.

학교 홈페이지에 굳이 접속하지 않아도 사설업체인 하이클래스, 아이엠스쿨 같은 어플을 깔면 아이의 학교에서 공유한 여러 안내장이나 급식 메뉴, 행사 사진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학교 홈페이지 외에 대부분의 학급에서 학급 홈페이지와 또는 그와 유사한 소통 창구를 운영하고 있으므로 자주 접속하여 확인하면 좋다.


3. 아이의 글에 답글을 남기자.

요즘은 교실에서 일기를 과제로 내주는 일은 매우 드물다. 일기 검사가 인권 침해 요소가 있다 하여 일기 검사도 할 수 없는 교실이 많다. 나는 일기는 아니지만 일주일에 두 번 아침활동 시간에 주제를 주고 글쓰기를 하도록 한다. 많이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글로 쓰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지만 그저 솔직한 감정이나 있었던 일을 구체적으로 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여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가정에서 일기 쓰기 지도를 하고 있는지 정확히는 알지 못하지만 글로써 감정을 해소하는 경험은 매우 중요하므로 교실에서 시도하는 중이다. 이런 글쓰기 공책을 가끔 집에 보내면 이를 확인해 보고 짧아도 답글을 남겨보자. 이미 집에서 글을 쓰는 아이라면 더 좋다. 아이의 마음을 듣고 화답하는 방법으로 단 한 줄이면 충분하다.


하루 일찍 상담을 마치고 금요일 오후 조퇴를 쓰고 집에 가려고 계단을 내려가려던 중 익숙한 얼굴의 어머님이 계단 한구석에 앉아 계셨다. 대면 상담을 신청하셔서 미리 왔다며 선생님께 딱히 할 말은 없지만 학교에 와서 선생님 얼굴을 뵙고 인사할 수 있는 기회라서 신청하셨다고 했다. 시간 맞춰 들어가려고 계단에 앉아 기다리는 어머님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가전제품을 고칠 때 AS접수하거나 아이 병원 예약조차 정말 쉽게 잘 되어 있는데 우리나라 수천 개 학교엔 이런 시스템도 없이 모두 수기로 하고 있다.  상담 시스템에 거창한 기술이 들어갈 필요 있나


1. 학교 홈페이지에 상담 신청 탭을 만든다.

2. 해당 학반 상담 가능한 날짜와 시간, 상담 방법을 선택하고 상담 신청 이유를 기입한다.

3. 선생님 확인 후 상담 시간을 확정한다.

4. 상담을 진행한다.


교사와 학부모가 협력하여 학생을 올바르게 교육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과정이 상담인데 인사의 의미로 변질되고 숨돌릴새도 없이 전달식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 굳이 효과적일지 의문이다.

학부모 상담 기간이 끝났다고 좋아했지만 상담은 언제나 매일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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