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무서운 이야기

by 다시

2월부터 매주 화요일에 기타 수업을 가고 있다. 아무도 치지 않아서 방치된 지 오래된 기타 하나가 있는 김에 평소 배우고 싶던 기타 수업을 등록하였고 그 이후 나름 100% 참석율을 자랑하는 중이다. 저녁 6시 반에 집을 나서서 집에 8시 40분쯤 들어오는데 2시간가량 집을 비우는 것이 부담스러워 등록을 할까 말까 고민했었는데 남편의 허락? 아닌 허락(어느 날 싸웠을 때 약속도 없이 맨날 집에 있는 나에게 좀 나가라는 말)과 아이들이 이제는 웬만큼 컸다는 이유로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매주 1번 가는 수업 시간이지만 나에게는 금 같은 자유 시간이기에 새 학기 바쁜 와중에도 수업을 빼먹지 않고 있었다. 하루는 선생님께서 본인이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한다면서 들었던 이야기, 경험한 이야기를 섞어서 들려주셨다. 소름 끼치게 무서운 이야기도 아니었고, 두서없이 이어지는 이야기에 이해도 살짝 안 되었지만 아홉 시가 다 되는 시각이라 혼자 돌아가는 차 안에서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평소에 밤에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는 터였고, 새벽에도 수영장 가느라 혼자 자주 돌아다니는데 의식하지 않고 있었는데 그날따라 유독 집에 가는 내내 어둔 길이 무서웠다.


귀신을 만났을 때 최고의 방법은 개무시!라고 하셨던 선생님의 말이 조금씩 잊힐 때쯤, 더 무서운 일들이 벌어졌다.

거제 구조라성


교실에서 무서운 일은 안전사고다.

이번 주 금요일까지 교실 안팎에서 일어난 안전사고가 4건, 학교안전공제회 2건 등록했고, 전담선생님도 1건 등록하셨으며, 119 구급대까지 출동했으니 새 학기 시작된 지 겨우 3주인데 그야말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이 진짜 무서운 일이었다.


첫 번째 사고는 무심결에 지나갔다. 6학년 아이들이 의외로 공기놀이를 쉬는 시간마다 하길래 처음엔 의아했다. 하늘하늘 거리는 남학생 한 명이 공기를 꽤 잘하는 모습을 포착했을 땐 꽤 흐뭇했다. 잘 놀다가 그 아이가 쉬는 시간에 와서는 보건실에 가고 싶다고 하길래 왜 그러냐 물었더니 책상에 부딪쳤다고 말하는 것이다.

뭐 공기 잡다가 부딪쳤나 싶어 다녀오라고 했고, 그 이후 다른 말이 없길래 잊고 있었다.

그런데 그 아이가 다음날 등교했는데 손가락이 퉁퉁 불어서 온 것이다.

깜짝 놀라 보건실에 보냈고, 처치를 받고 돌아왔을 때 아뿔싸했다. 그렇게도 다칠 수 있다는 것을 이미 발가락 부러져본 경험으로 충분히 알고 있었는데 한동안 잊고 있다가 아이가 다치고 나서야 그 기억이 다시 살아났다. 아이는 하교 후 병원에 다녀왔고, 손가락뼈 골절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한 달 이상 깁스를 해야 한다는 어머님 말씀에 안전공제회 등록을 했는데, 3주 이상 진단은 중상이라며 안전사고 보고 공문까지 써야 했다. 친절한 안전부장님과 한 문장 한 문장 가다듬으며, 한편으로는 공기놀이로 손가락이 부러질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도 않았다.


두 번째 사고는 그러한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교육 중에 일어났다. 일주일에 한 번 체육관과 운동장을 번갈아가며 중간놀이시간에 놀 수 있게 되어 놀다가 다치지 말라고 안전사고 예방교육을 하던 참이었다.

평소에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보드게임도 하고 잘 어울려 놀던 목소리 큰 남학생이 있었다.

대답도 잘하고 수업도 착실하게 잘 받는 아이라 별 걱정 없었는데 쉬는 시간에 평소와 달리 책상 위에 엎드려 있었다. 자는 것 같아서 건드리지 않았고 쉬는 시간이 끝나자 벌떡 일어나길래 좀 피곤한가 싶었다.

체육관에서 일어나는 사고, 놀이터, 운동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고 등등 아이들이 자신들의 경험도 이야기하며 공부하고 있는데, 아이 안색이 영 안 좋아 보여서 괜찮냐고 물어보았다.

큰 목소리로 대답하길 "아파요. "라는 답이 돌아왔다.

보건실에 가보라고 이야기하려다가 얼굴빛이 급격하게 하얗게 변하는 것 같아 아이를 부축해서 보건실로 직접 데려다주었다. 가는 길에 아이가 계속 누워 있으려고 하고,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영 힘이 풀려 주저앉으려고 했다. 1층에 겨우 도착해서 몇 걸음만 가면 보건실인데 아이가 못 일어나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누우려고 하길래 급히 소리를 쳐서 근처 계시던 선생님을 부르자, 그 소리를 들은 보건선생님께서도 나오셔서 아이를 휠체어에 앉혀 보건실로 옮겼다. 평소 지병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원인을 모르고 보건실에서도 달리 방법을 못 찾아서 아이가 의식만 잃지 않도록 한 상태를 유지하고 119를 불렀다. 나는 교실로 올라와서 학부모님과 연락을 했다. 다행히 119 구조 차량을 타고 인근 병원으로 신속히 이송되었고, 컨디션 회복 중이라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나서야 안도할 수 있었다.


만약, 그날 내가 아이를 직접 보건실에 데려다주지 않았더라면.. 한번 든 아찔한 생각은 머릿속에 내내 맴돌았다. 교실에서 오늘 이러저러한 일이 있었다고 동학년 선생님들께 말씀드리자 이런 말들이 돌아왔다.


-선생님 올해 운세 안 보셨어요? 올해 운세가 나쁘게 나왔나요?

-그 반에 뭐가 안 좋은 기운이 있나 보네. 굿이라도 해야겠어요.


농담이라고 하셨겠지만 듣는 입장에선 유쾌할리 없는 이런 말을 듣고서도 그때는 기분이 크게 나쁘진 않았다.

그다음 사건이 터지고 나서 본격적으로 불운의 상징이 되었으니까..

중요 사건은 좀 정리가 된 후에 다시 쓰기로 하고, 또 다른 일은 체육 수업 후였다.

야리야리한 여학생이 체육관에 다녀온 후 발목이 아파서 보건실에 다녀오고 싶다고 한다.

설마~~~~ 싶었지만 조심히 다녀오라고 했고, 그다음 날까지도 아이는 절뚝거렸다.

아이들 하교 후 여리여리한 여학생 어머님께 연락이 왔고, 이 아이도 왼발 바깥쪽 뼈 미세골절이라고 알려주셨다. 너무나 연속적으로 이런 일들이 일어나니 진짜 허탈한 웃음만 나왔다.


그리고 마지막 금요일, 6교시 공부 다 잘 마치고, 조금은 허전한 마음(아까 말했던 중요사건 덕분)과 안쓰러운 마음으로 아이들을 보냈는데, 보내고 1분도 지나지 않아 찰랑찰랑 여학생 한 명이 쪼르르 교실로 오더니 한마디 건네고 가버렸다.


-선생님! **이 계단에서 넘어졌어요.


기타 선생님이 들려주셨던 무서운 이야기는 이제 전혀 무섭지 않다.

진짜 무서운 일들은 내 지척에서, 내가 미처 손쓸 틈도 없는 새, 예고 없이 벌어지고 있었다.

거제 옥포중앙공원


선생님이 그러셨다. 귀신을 물리치는 최고의 방법은 개! 무! 시!라고.

우리 반에서도 안전사고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개무시가 필요하다!

개 - 개별적으로 아이들 안색을 살피고

무 - 무심코 지나치지 말며

시 - 시시각각 아이들 행동을 관찰하고 지도하기


제발 다음 주엔 별 일 없이 잘 지나가길 손 모아

개! 무! 시!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