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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 May 02. 2023

나도 힘들다

사람 다 똑같지. 뭐.

월요일이 재량휴업일이라 주말을 끼고 친정에 다녀왔다. 일요일 월요일 날씨가 정말 좋아서 아버지와 아이들 가까운 곳에 여행을 다녀왔다.


친정에서 집으로 내려가는 길. 아이들은 뒷자리에서 자고 있고 나는 운전하며 라디오를 듣고 있었다.

이석훈의 브런치 카페라는 MBC FM포유에서 11시에 하는 라디오였다.

좋은 노래가 많이 나와서 장수에서 거제까지 오는 길이 심심하지 않았다.

중간고사가 끝나서 홀가분하다는 어떤 학원 선생님의 사연이 소개되고 사연 끝에 디제이가 말했다.

"학생 때 선생님들 보면 참 신기했어요. 수업 빨리 끝냈으면 좋겠는데 선생님들은 조금 더 수업하려는 모습을 보고 선생님들은 하나도 안 힘든 줄 알았어요."


맞다. 쉬는 시간 종이 울리면 아이들은 엉덩이를 들썩이면서 빨리 일어나고 싶어 부릉부릉 한다.

하지만 교사인 나는 오늘 해야 할 분량을 다 못했을 때, 아이들이 다 이해하지 못한 것 같을 때 더 말하고 싶어서 쉽사리 수업을 마치지 못하는 때가 많다. 알려주고 싶은 것은 이만큼인데 주어진 40분의 시간은 늘 모자란다. 이번에 나가야 할 진도를 마치지 못했을 때, 이런저런 행사가 많은 요즘. 아이들에게 일러줄 내용이 많아 이야기하다 보면 정작 수업할 시간은 빠듯하다.

생존수영에 현장체험학습에. 기한이 있는 여러 개의 설문조사와 상담까지 하다보니 진도가 점차 늦고 있었다. 담임이 해야 하는 일은 수업 외에도 너무 많다. 그래서 정작 중요한 수업을 준비해야 할 시간과 수업 시간이 모자란다.


이런 선생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들은 저희들의 쉬는 시간이 1분이라도 줄어들까 봐 노심초사하기에 바로 수업 끝을 외쳤다.  쉬는 시간 10분 참 짧다.

화장실 다녀오고 교과서 챙기기에도 짧은 시간에 아이들도 바쁘다.

친구랑 이야기도 하고 못한 과제도 해야 하고 우유도 마셔야 한다. 운동장까지 나가지 못하므로 복도에서 잡기놀이 한 판 해야 하고 여차저차 말이 통하지 않을 때는 일단 몸으로 이야기하며 다툼을 벌이는 아이들도 있다. 그런 아이들을 앞에서 보면서 선생님은 더 바쁘다.


우유 안 먹는 아이들 먹으라고 이야기하고, 아직 책상에 교과서 없는 아이들 챙기라고 일러준다.

복도에서 뛰는 아이들 들으라고 뛰지 말라고 이야기도 해야 하고 다툰 후 얼굴이 퉁퉁 불어 이야기하러 온 아이들 말도 들어줘야 한다. 선생님 뭐 하는지 궁금해서 맴도는 아이들은 말이라도 건네주고 뭔가 심심해 보이는 아이들에게는 심심하지 말라고 심부름이라도 챙겨주다 보면 10분은 어느새 금방이다. 쓰다 보니 이런 일이 전부 가능하나 싶지만 그런 일이 가능한 곳이 교실이다.


그러다 보니 정작 내 몸 챙길 시간은 없다.

물통에 물도 없고 화장실을 못 가 불편하다. 다른 선생님들이 보낸 쪽지 확인을 못해 답장이 늦어 민폐를 끼치기도 한다. 3교시쯤 지나면 배도 고파서 아이들이 들릴 정도로 뱃속이 요동을 친다.

나도 신기하다.

몸이 이렇게 힘든데 왜 그런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다시 수업을 시작하는지.


토요일, 일요일, 월요일 3일 연휴가 참 좋았다.

토요일 빼고 날씨도 좋아서 오랜만에 아빠와 우리 아이들은 곡성으로 기차 여행을 갔다.

딸아이 미술 학원 수업이 있어서 월요일엔 일찍 거제로 내려오긴 했지만 내려오기 전에 집 근처 공원에서 실컷 뛰어놀았다. 아들은 그래도 아쉬워서 집에 가자고 하니 눈물 바람이었지만 좋은 연휴였다.

그렇게 3일을 놀다보니 다시 화요일.

출근을 해야 한다.

아무런 수업 준비도 못한 아침에는 일찍 눈이 떠진다. 오늘 처리해야 할 일이 뭐가 있는지? 수업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챙겨야 할 것을 알기에 누가 깨우지 않아도 새벽이면 잠이 달아난다. 네시쯤 일어나서 오늘 일정, 수업 내용 확인하고 조금 짬이 나서 글을 쓰고 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그렇게 한다.

누가 알아달라고 하는 일이 아니다.

그래도 나는 알아줘야겠다.

선생님도 힘들다. 사람 다 똑같다.

(절대 출근하기 싫어서 쓰는 글은 아니다)

곡성에서 증기기관차 타고 본 섬진강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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