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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 May 07. 2023

가정의 달? 다정의 달!

다정한 말 한마디가 백송이의 꽃보다 아름답다.

5월은 일년 중 가장 꽃을 많이 보는 달이다. 

아름다운 장미가 피기 시작하고 철쭉, 영산홍이 끝물이긴 하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화사한 계절이다.

이런 꽃들도 아름답지만 내가 말하는 꽃은 카네이션이다.

지난 한 주 동안 내가 만들고, 보고, 받고, 산 카네이션이 몇 송이인지 헤아려본다.


우리 아이들이 할아버지, 할머니, 외할아버지에게 만들어 드린 카네이션 카드 

시부모님, 친정 아버지에게 드리는 카네이션이 가득 들어간 생화 액자.

반 아이들과 같이 만든 어버이날 기념 카네이션 꽃바구니.

반 아이들이 부모님께 쓴 카네이션이 가득 들어간 편지.

아들이 유치원에서 꽃꽂이하여 가져온 카네이션 생화 꽃바구니

딸이 미술학원에서 2-3주 동안 만들었다는 종이 카네이션 꽃다발.

또 딸이 교실에서 만든 카네이션 꽃머리띠와 카드.


렇게 카네이션을 만들고 그리고 색칠하고 사면서 꽃으로 가득했던 한 주였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무섭게 쏟아지는 비를 뚫고 시댁에 가서 시부모님과 점심 식사를 하고 아이들이 만든 카네이션 카드와 내가 준비한 카네이션 액자를 전해드렸다. 나가서 점심 먹고 잠시 있다가 여전히 비가 내렸지만 친정에 갔고 늦은 오후 도착해서 또 아이들이 만든 카드와 액자를 전해드렸다. 아이들이 만든 카드를 펴보고서 행복한 웃음을 짓는 늙은 부모님들을 뵈니 비 오는 날이라도 마음 한쪽이 따뜻해졌다.

지난 일주일간의 꽃 만들기가 끝났다.


교실에서 아이들과 어버이날 카네이션을 만들 때 예전에는 색종이로 카드를 만드는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은 얼마나 다양한 종류의 제품이 나오는지 모른다.

카네이션 카드, 머리띠, 꽃다발, 바구니, 키링, 스마트톡까지 입맛에 맞게 고를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하다.


이번에는 학급비로 개당 2000-3000원 정도 하는 카네이션 바구니를 아이들 수에 맞춰 구매한 후 하루 2시간을 꼬박 들여서 만들었다. 4학년 아이들이라 처음에는 헤맸지만 방법을 알고 나니 빠르게 만들었다. 예전에 1-2학년을 할 때는 한 명 한 명 모두 손을 봐줘야 했어서 진짜 정신이 없었다. 카네이션 바구니로는 조금 아쉬우니 편지를 써서 바구니에 넣으니 그럴듯했다. 집에 잘 들고 가라고 비닐봉지에 넣었더니 꽃이 쏟아지지 않아 안심이었다.

우리 딸과 아들도 유치원, 학교, 학원에서 만든 카드와 꽃을 잔뜩 안고 왔다. 학교에서 잔뜩 만들고 왔지만 그래도 우리 아이들이 가져온 카네이션이라 더욱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내가 학교에서 만든 종이꽃보다 훨씬 예쁜 것은 기분 탓만은 아닌 것 같다. 이렇게 어버이날이라고 아이들이 집으로 가져온 카드들은 부모님들의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 같은 경우는 며칠간 잘 간직한 후 카드는 파일에 넣어두고 생화는 시들면 버린다. 아이들이 그동안 가져온 카드들도 참 많다.


예쁘고 화려한 빨간 카네이션 꽃.

그가 의미하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매년 반복되는 이런 행사는 사실 버거울 때가 많다.


흔히 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한다. 학생 때는 가슴에 빨간 꽃 한 송이 달아 드리는 것이 다였지만 아니 그조차 못하는 때도 많았다. 나중에 크고 나서 약간의 용돈과 편지, 같이 하는 식사로 형태가 바뀌긴 했지만 본질은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그렇게 열심히 카드를 만들고 꽃을 접는 이유도 전해주는 그 시간. 

잠깐이지만 행복한 마음을 같이 느끼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다. 

하지만 꼭 어버이날에만  그래야 할까? 1년 열두 달 중 어버이날 그 하루만을 기념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365일 매일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우리 모두 알고 있다.

빨간 꽃 한 송이보다 마음을 뎁혀 주는 따뜻하고 다정한 한 마디. 사실 더 필요한 것은 그것일지도 모른다.


사실 남편이 일요일에 출근해야 한다고 해서 1박 2일 동안 시댁과 친정을 모두 가야 하는 계획이 너무 버거웠다. 비도 너무 많이 왔고 차를 타고 가는 길이 너무 험했다. 그래서 가는 내내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고 후회했다. 막상 도착했을 때 어머님, 아버님의 얼굴이 너무 환하셔서 죄송했다.

예쁜 꽃을 전해드리는 것만큼이나 다정한 한 마디가 더 필요하다. 

부모님과 아이들에게 더욱 다정한 5월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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