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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 Jul 23. 2023

도비가 죽었다

누구나 알지만 쉽게 못하는 것

도비가 죽었다.

죽음의 성물이고 호크룩스고 뭐고 할 것 없이 해리포터 마지막 책을 들면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도비가 죽는 모습이었다. 도비는 2권 비밀의 방에서부터 등장한다. 말포이 가족의 집요정으로 루시우스 말포이(말포이 아빠)가 해리포터를 해치려는 음모를 알게 된 이후 해리를 전적으로 믿고 돕고 사랑해 주는 인물로 그려진다.

책으로 읽었을 때는 꽤나 귀여운 요정의 인상을 추측했지만 영화를 본 사람은 누구나 알듯이, 아니 항간에

"도비는 자유예요."라는 문구로 유명한 도비의 생김새는 꽤나 흉측하다.

출처 네이버 블로그 https://blog.naver.com/dd_809

작고 볼품없이 마른 몸에 커다란 귀, 누가 꼬집어 올린 듯 가느다랗게 말려 올라간 코,

커다랗게 튀어나온 눈, 걸레보다 더 더러운 옷까지

도비는 생김새만 봤을 때는 영락없이 악당의 그것이다.


하지만 도비의 행로는 그렇지 않다.

해리가 톰리들의 일기장에 양말을 몰래 숨겨 루시우스 말포이에게 건네준 후  말포이가 도비에게 줌으로써 도비를 해방시켜 준 장면은 영화로도 유명하다. 이렇게 자신을 집요정에서 해방시켜 준 해리에 대한 감사함과 충성심을 조금은 과도하게 온몸으로 표현하는 도비는 감정 소모 없이 자신이 느끼는 대로 그대로 표현하는 투명함 그 자체이다. 생김새와 다르게 말이다.



수많은 마법 주문과 사랑 이야기, 전투, 대결 같은 이야기로 가득한 해리포터 책에서 작가가 가장 말하고 싶은 것은

누구 하나 귀하지 않은 것은 없다는 너무나 당연하고 명백한 진리.

어떤 이는 귀하고, 어떤 것은 천하다는 불분명한 경계가 아니라

아주 작고 미약한 것까지 그들이 가진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것 말이다.


마법사, 죽음을 먹는 자들, 심지어 해리의 친구들(헤르미온느 빼고) 모두 하찮게 여기는 집요정 도비가 없었다면 해리는 이미 2편에서 죽었을 것이다. 도비는 불의 잔에서도 해리에게 아가미풀을 가져다주어 과제를 성공시켰고, 불사조 기사단에서는 해리에게 필요의 방을 알려줘서 친구들과 어둠의 마법 방어법을 익힐 수 있는 장소를 제공했다. 마지막 죽음의 성물 편에서는 벨라트릭스에게 죽을 뻔한 위기에 처해있는 해리와 친구들을 순간이동으로 도피시키다 죽게 된 것이다.


도비는 왜 해리에게 이토록 헌신적이었을까?

해리가 다른 마법사들처럼 도비를 빨래나 하고 집안일이나 하는 하인처럼 여겼다면 너무나 당연하게 해리를 돕지 않았을 것이다. 도비가 해리를 도와준 결정적인 이유는 해리가 누구나에게 평등하게 대했기 때문이다.





볼드모트는 자신이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을 굳이 이해해려 하지 않았어.

집요정과 어린아이들의 이야기, 사랑, 의리, 순진무구함에 대해 볼드모트는 아무것도 모르고 이해하지도 못한다. 아무것도. 그것들 모두가 진정 볼드모트 자신을 넘어서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그 어떤 마법의 한계도 넘어서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그자는 결코 깨닫지 못했단다.

(출처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 542쪽 중 일부)



작은 것들이 가진 힘.

마지막에 살아남은 자가 해리포터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도비는 죽었다.

해리를 구하려다가 죽음을 맞이했다. 해리는 도비의 무덤을 마법을 사용하지 않고 제 손으로 팠다. 묘비명도 한 글자 한 글자 스스로 새기면서 도비의 죽음을 진심으로 애도했다.


도비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끝까지 따랐고 자신이 느끼는 대로 살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끝없이 사랑했다. 해리포터의 매력적인 수많은 인물 중에서 내가 도비를 애정한 이유다.

해리가 도비를 떠나보내는 장면을 반복해서 읽으면서 생각했다.

자신이 느끼는 대로,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살아가는 사람, 도비 같은 사람이 나는 되고 싶다.


<지난 몇달간 해리포터 시리즈를 읽으면서 좋았다. 책으로 읽는 것이 상상력의 부재로 이해가 되지 않으면 영화를 봤다. 책은 힘들지만 영화는 일곱살, 아홉살 우리 아이들도 같이 보면서 무서운 장면에선 눈을 감고 긴장되는 장면에서는 같이 조마조마하고, 통쾌한 장면에선 같이 환희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어서 커서 책으로 보면서 더 즐거웠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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