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시 Aug 03. 2023

여행 초보 가족 멕시코 여행기 2탄

2. 첫날은 시차적응? 입맛 적응 완료

동생이 마중 나온 시각은 7월 31일 자정이었다. 공항 주차장에서 빠져나온 차는 천천히 동생 집으로 향했다. 잠을 충분히 자서 그런지 자정인데도 두 눈이 말똥말똥해서 어두운 도시 야경을 두리번거렸다.


-밤에 보면 그럴듯해. 낮엔 어설프지만.


신기한 듯 말없이 고개만 돌리고 있는 나에게 동생이 말했다.

과달라하라는 멕시코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이자 데낄라로 유명한 도시라고 한다. 술에 대해선 잘 몰라도 데낄라 이름은 들어봤는데 여기서만 자라는 선인장 종류인 아가베로 만드는 술이라고 한다.

도시 지형은 산맥으로 둘러싸여 있는 고산분지 형태이고 해발 1500미터나 된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딸은 자동차로 이동할 때마다 어지럽다고 말했다.


동생이 사는 곳은 전반적으로 주택이 많은 동네였는데 주택 주변에 높은 담벼락과 그 위에도 철조망이 높고 뾰족했다. 여기 보험은 무조건 도난 보험을 포함한다고 하는데 치안이 불안하다는 것을 길거리에서 너무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아파트 단지가 별로 없는데 동생이 사는 아파트는 22층 세 동 규모로 여기서는 드물다고 했다.


늦은 시각인데도 올케가 맛있는 저녁을 차려놓고 있어서 정말 고마웠다. 이틀 전까지만 해도 한식을 먹었던 사람들이 여기서 사는 사람들보다 더 한식을 보고 흥분을 했다. 먹느라 사진을 미처 못 찍었는데 첫날 메뉴는 흰쌀밥, 도토리묵, 동태전, 김, 무생채, 어묵탕이었다. 매콤한 고춧가루를 넣는 간장 양념에 도토리묵을 찍어먹으니 여기가 멕시코인지 한국인지 구분이 안되었다. 궁금해서 올케한테 물어봤다.


-어디서 도토리묵을 구했어요?

-옆집에 한인 가족이 사는데 그 집 할머니께서 만들어 주셨어요.

-도토리 가루를 팔아요?

-한인마트에서 웬만한 것은 다 팔아요. 조금 비싸서 그렇지 거의 다 구할 수 있어요.


동생이 한마디 거든다.

-새우깡이 5000원이야. 정말 먹고 싶을 때만 먹어.


비행기 타기 직전까지 김치찌개에 고등어구이를

먹었으면서, 아니 비행기에서도 소고기 쌈밥에 전복죽을 먹었는데도 이렇게 밥이 달고 맛있다니.

익숙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짐을 풀고 씻은 후 그대로 누웠다. 48시간 만에 일자로 뻗어 누우니 이불과 등이 혼연일체가 되어 잠이 스르륵 들었다. 새벽 두 시 조금 넘어 잠이 든 것 같았는데 눈을 뜬 시각은 다음날 오후 한 시였다. 열두 시간  가까이 꼼짝도 않고 자다가 일어나니 조금 피로가 풀리는 느낌이었다.


아침식사로 만둣국과 김밥, 김치찌개를 먹으니 시차적응보다 현지 음식 적응을 먼저 끝낸 것 같았다.

한 끼라도 이렇게 한국 음식을 먹을 수 있으니 부담스럽지 않았는데 차려준 음식들이 너무 맛나고 하나같이 다 입에 맞는 음식들이라서 준비해 준 올케한테 너무 미안하고 고마웠다.

떡만둣국과 김밥
오늘 아침은 동생이 끓인 돼지고기김치찌개

점심을 먹고 동네 가까이에 있는 공원에 갔다.

Colomos라고 쓰인 숲이었다. 숲은 가족끼리 나들이

나온 사람들, 조깅하는 사람들이 군데군데 있었다.

조용한 숲에 조용하지 않은 존재들이 몇 있었는데 그건 청설모들과 우리 아이들이었다.

-여기 청설모는 다람쥐도 잡아먹어.

청설모는 겁도 없이 사람들이 다니는 길을 종횡무진하고 사람들 앞에 불쑥 튀어나와 뭔가 먹이를 바라는 눈빛을 보내곤 했다. 우리 아들과 조카는 그런 청설모보다 더 빠르게 달리고 쿵쾅거려서 조용한 공원에

상당한 소음을 만들었지만 그런 소음이 하나도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숲은 넓고 나무들은 높았다.

그네와 작은 호수에 떠 다니는 거위도 아이들의 흥미를 끌었지만 제일 마음에 들었던 것은 석고 인형 색칠을 할 수 있는 작은 가게였다.

여러 캐릭터 중에서 원하는 모양을 골라 아크릴물감으로 색을 칠할 수 있었다. 청설모보다 더 빠르게 뛰고 재잘대던 아이들이 순간 차분해져서 집중하니 곁에

있던 나도 숲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동네 공원이나 한적한 산에 올라온 것 같이 커다란 나무가 가득한 숲이라 여기가 어딘지 헷갈릴 법도 했지만 한국 사람이라고는 우리 가족뿐인 이 큰 숲에 있으니 여기가 외국이라는 것은 알겠다. 뛰는 사람도 누워 있는 사람도, 걷는 사람도 모두 다른 사람들이었다.


아들이 웅덩이 근처에서 놀다가 넘어져서 웅덩이에 빠진 후 물빠진 생쥐가 된 일, 외숙모를 뒤따라 간다며 엄마 손을 놓고 달려간 후 순간 길 잃은 일은 한국이라면 웃어 넘길 이야깃거리였지만 아이가 사라진 후 그 짧은 시간이 늘어진 테이프처럼 흐느적거려 오만가지 생각이 곁가지를 칠때 이국땅은 낯설어졌다.


한참만에 아이들 색칠 놀이가 끝난 후 식사를 하러 갔다. 동네에서 유명한 타코집이었다.

각종 고기 요리(소 곱창, 갈비, 소고기 볶음, 소혀?)를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또띠야에 싸 먹는데

현지에서는 멕시코 살사라고 부르는 잘게 썬 고수, 토마토소스, 양파를 곁들여 먹는 곳이었다.

아이들 아버지 어른들 모두 잘 먹었다.

시차 적응보다 입맛 적응부터 완료한 멕시코에서의 첫날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여행 초보 가족 멕시코 여행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