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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 Aug 03. 2023

여행 초보 가족 멕시코 여행기 3탄

3. 엄마 싫어 삼촌 좋아

삼일동안 지내면서 멕시코에 대해 알게 된 몇 가지

1. 남녀노소 청바지를 정말 많이 입는다

2. 일방통행 길이 많다

3. 큰 나무가 도로가운데 중앙분리대 역할을 한다

4. 신호등이 별로 없다

5. 한국 차가 심심치 않게 보인다(스파크 스포티지 등)

6. 드레스 파는 가게가 많다


아버지 우리 가족 4명 동생가족 4명이 이동하려면 차가 두 대 필요하여 동생이 차를 한 대 더 렌트했다. 나는 올케가 운전하는 차에 타고 있는데 조카들 학교와 유치원에 매일 등교시키느라 운전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올케의 운전 실력은 눈부시게 향상되었고 덕분에 뒷자리에서 편하게 창밖 거리를 감상할 수 있었다.


 13년 차 운전자의 시각에서 멕시코의 교통 체계는 조금 혼란스럽다. 신호등, 횡단보도가 드물고 큰길에서만 볼 수 있다. 중앙 분리선이 없어 좌회전할 때는 큰 나무 사이의 공간에서 대기했다가 들어가고 같은 방향으로 다니는 일방통행길이 많아 옆으로 몇 차선이 다 가거나 오는 차들이다. 헷갈리는 와중에 다행인 것은 그렇게 빨리 운전하는 차도 별로 없고 여성 운전자에게는 관대하다는 점이라고 들었다.


그렇게 운전하느라 스트레스받지 않고 편하게 바깥 구경을 하던 차에 눈에 많이 들어오는 것은 이곳 사람들은 청바지를 즐겨 입고 여성인 경우 몸매가 드러나는 스키니진이나 레깅스를 많이 입는다는 점이다.

타고난 몸매가 워낙 우리의 생김새와 많리 달라 청바지가 불편할 것 같은데도 발목까지 내려오는 달라붙은 청바지가 몸에 착 붙어 윤곽이 돋보여 잘 어울린다.

더불어 고급스러워 보이는 드레스가 전시되어 있는 가게가 많이 있었는데 이는 파티를 즐기는 여유로운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증거였다.


시내로 들어가는 길은 점점 더 복잡해졌고 눈을 사로잡는 풍경에 정신이 없을 무렵 오늘의 목적지 센트로에 도착했다.

Centro 영어로는 센터. 중앙이라는 뜻의 이 말이 붙은 곳은 대성당이 있는 곳을 의미한다고 한다.

건축된 지 200년이 넘어 오랜 세월의 흔적과 영광을 온전히 드러내는 과달라하라 대성당.

중앙이라는 말처럼 정부종합청사와 미술관, 대학교까지 밀집된 곳으로 성당 앞 넓게 트인 광장엔 오래된 분수와 많은 사람들이 있어 복잡했다.

높은 탑 두개가 햇빛을 받아 번쩍인다

사진을 찍고 성당 내부로 조심히 들어갔다. 천주교 신자가 아니라도 누구나 들어갈 수 있게 개방된 성당은 특유의 어두움과 밝음의 조화가 돋보였다. 어두운 곳에서 서서히 적응한 두 눈은 유리관 속에 보관된 여러 성자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스페인의 오랜 식민지였던 멕시코는 문화와 종교, 언어, 생활모습도 스페인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대항해의 시대, 신대륙을 찾아 경쟁적으로 식민지 쟁탈전을 하던 유럽의 강대국 중 스페인은 무적함대를 앞세워 가장 신대륙 발견에 열을 올렸다고 한다.

코르테스라는  정복자는 황금의 제국으로 알려졌던 아즈텍을 찾아갔고 거기서 야욕을 드러내며 목테수마 2세를 처단하며 멕시코시티를 건설했다.

수많은 아즈텍인들은 스페인군에 의해 들어온 천연두 바이러스로 목숨을 잃고 그렇게 아즈텍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스페인이 정복 전쟁을 정당화했던 구실은 바로 가톨릭 선교였다. 그런 이유로 멕시코 구석구석 설립된  성당들은 이교도를 물리치고 하나님의 말씀을 전한다는 그들에겐 당연한 명목, 원주민들에겐 명백한 박해였다.

물론 종교적 역사적 이해가 일천한 나로서 내가 알고 있는 내용이 정확한지 자신 없지만 이런 성스러운 공간에 숭고한 정신만 자리하고 있다고 믿기엔 내 믿음이 부족한 것 같다.


성당을 둘러보고 나오니 맑고 무더운 우리나라

햇빛이 생각났다. 거리에 많은 사람들도 맹렬한 더위를 피해 그늘로 벤치로 모여 있었다. 점심 먹으러 광장을 지나 그 동네의 버거킹이라는 햄버거집에서 롯데리아 불고기버거 맛이 생각나는 햄버거를 잔뜩 먹었다.

감튀는 롯데리아보다 더 맛있었다
칼스 주니어 사람 너무 많았다

햄버거집부터 미술관까지 죽 이어지는 거리엔 많은 상점과 노점들이 즐비했다. 기념품 가게들에 눈이 많이 갔다. 모자에 직접 색을 칠하는 모습, 형형색색의 비즈로 만든 액세서리는 딸의 관심을 끌었다.

스프레이 락카로 그림 그리는 거리 화가
비오는 날 써도 될까?

이렇게 돌아다니는 와중에 우리 아들은 어제의 불명예를 잊은 듯했다.

길거리를 종횡무진하며 아빠 엄마가  애타게 불러도 앞만 보고 질주하기 일쑤였고 사촌 형을 끊임없이 뒤쫓으며 목덜미에 땀이 흠뻑 젖어도 상관하지 않았다. 찬찬히 거리를 걸으며 여기저기 구경하고 싶어도 이

많은 인파 속에 아이를 놓칠까 싶어 계속 아이 뒤만 쫓아다녔더니 결국에 한다는 말이 이거였다.

-엄마랑 손잡기 싫어. 엄마 잔소리만 해.

  외삼촌이 더 좋아.


아들의 계속되는 일탈에서 조금 해방됐던 곳은 미술관이었다. 센트로에서 이어지는 길 끝에 있던 미술관은 아주 오래된 건물에 위치한 방마다 멕시코를 대표하는 미술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프리다칼로를

보고 싶었지만 조금 난해하고 아이들이 보기엔 난감한 해부 관련 전시가 있었다. 대신에 눈길이 갔던 전시도 있어 앉아서 그림이 있던 천장을 한참 바라보았다.

멕시코의 토속적인 색채와 독립 과정을 벽화로 그려서유명하다는 오로즈코라는 화가의 그림은 웅장하고 거칠었다.

낯선 곳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는 어쩌면 긍정적이고 자신감 있는 아들은 나와 너무 다르다. 여행은 다름을 이해하고 체험하는 과정인데 너무 아들을 옆에 묶어 두려는 내가 좁은 사람일 수도 있다.

그 자유로움에 차츰 익숙해져 가는 여행  3일 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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