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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 Aug 06. 2023

여행초보가족 멕시코 여행기 4탄

4. 비교체험 극과 극(전통시장 vs백화점)

멕시코에 와서 제일 가고 싶었던 곳 중 하나는 시장이었다. 멕시코는 공산품이 정말 비싸고 농산물은 저렴하다는 말을 들은 터라 정말 그럴까 의아했던 것이다.

특히 옷이나 가방, 가구 등이 턱없이 비싸다는데 한국에선 많이 비싸지 않은 Gap이나 리바이스 같은 브랜드가 여기선 고급 의류이고 식탁, 소파 등은 너무 비싸서 동생네는 바꾸기 힘들다고 했다.


반면 한국에서 비교적 비싼 망고나 구아바, 람부탄 등의 열대 과일류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길래 호기심이 생겼다.


올케가 과일과 채소를 살 때 자주 가는 시장이 근처라길래 따라나섰다. 시장은 정기적으로 열리는 시장과 매일 열리는 시장으로 구분하는데 이것은 우리의 오일장과 매일 열리는 전통시장 의미와 유사한 듯했다.


차를 타고 가도 조금 먼 거리여서 길거리와 주변을 살펴보면서 가니 올케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여기는 공립 초등학교 수준이 너무 낮아서 중산층 이상의 가정은 대부분 사립초등학교에 다녀요. 수업료가 많이 비싼데도 학교에 자주 안 오는 아이들이 있는데 그런 아이들은 가족들과 해외여행을 많이 다닌다고 하더라고요. 특히 할아버지, 할머니가 부유해서 손자 손녀 학비를 대신 내주는 경우가 많대요. 학비가 그렇게 비싼대도 선생님들 사용하는 보드마카까지 학생들이 준비해야 해요.


멕시코의 빈부격차는 상상을 초월해서 부유한 가정은 자신이 가진 아파트가 어디에 있고 지금 비어있는지 아닌지 파악하기 힘들어서 사실상 빈집이 많은데도 월세를 구하려면 찾기 힘들다고 한다. 동생이 살고 있는 집도 월세가 매우 비쌌는데 그렇게 비싸게 내놓아도 들어가서 살 수요가 있기 때문에 얼마에 내놓아도 상관없다고 한다.


시장은 우리의 모습과 같았다. 큰길 좌우에 좌판을 벌여놓고 통로를 따라 걸으면 각종 과일, 채소, 유제품, 고기류 등을 살 수 있었다.

사과, 수박, 바나나, 파인애플, 복숭아, 토마토, 포도 등은 종류는 비슷했는데 생김새는 조금씩 달랐다. 올케가 자주 사는 과일 가게에서 특이한 과일을 조금 잘라줘서 먹었는데 선인장 열매로 이곳 사람들이 자주 먹는다고 했다. 씨가 너무 많았는데 맛은 달고 시원했다.

달고 시원한데 씨가 너무 단단하고 많았던 선인장 열매
오렌지 토마토 라임
하얀 양파 사과 당근
사과 체리 선인장
파파야 애플망고 멜론
수박은 여기서도 쪼개서 판다
파인애플 하나에 25페소(1900원 정도)

 딸이 좋아하는 찐 옥수수를 팔아서 몇 개 사 오기도 했다. 보통 군옥수수를 파는데 찐 옥수수가 있어서 반가웠다. 그런데 현지인들은 옥수수보다 옥수수껍질에

싼 음식을 더 많리 샀다. (뭐라고 했는데 기억 안 남)

대왕 시금치
파가 흰부분이 양파만큼 크다
브로콜리도 어마어마하게 큼
날이 무딘 칼로 힘껏 내리쳐야 속껍질이 잘릴 정도로 단단함

시장 입구에서는 코코넛 열매를 바로 쪼개서 음료수를 컵에 담아 팔았는데 내 입에는 그다지 호감 가는 맛은 아니라서 더 마시길 사양했는데 집에 와서 라임을 짜서 넣고 얼음에 타 마시니 갈증이 가셨다.

짧은 시간 동안 나갔는데도 시장에서 너무 정신 못 차리고 구경하는 바람에 피곤했다. 그래도 익숙하고 정겨운 시장의 모습에 친근했다. 시골 태생의 dna에는 사람 냄새나는 시장이 더 끌리는 모양이다.


그런데 오후에는 이곳과 정반대의 사람냄새보다 향수 냄새가 강한 곳에 갔다. 평소에 쇼핑은 핸드폰으로 주로 하다 보니 동네 백화점에 가는 일도 많이 없는데 이곳 부유층들이 자주 가는 백화점 핫플레이스라는 “리버풀”에 갔다.

일층은 역시나 명품 화장품 브랜드가 주를 이루었고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엔 스타벅스가 있었다.

뉴발란스 나이키 아디다스 같은 스포츠 매장은 2층, 가구 매장, 가전제품 매장은 우리 백화점처럼 꼭대기층에 자리 잡았다. 아이들 게임기, 장난감 매장 옆에 회전목마도 있어서 우리 딸 아들은 신나게 무료 게임도 하고 회전목마도 탔다.

소품 매장이 있어서 구경하던 중에 예쁜 테이블매트가 있어서 가격을 보니 556페소 우리 돈으로 42000원 정도나 했다.

42000원짜리 식탁매트

리버풀 건너가면 랜드마크라는 곳이 나오는데 빌딩

이름도 랜드마크이고 실제로도 명품 매장이 즐비한 부유층이 찾는 쇼핑몰이 있었다. 원통형 빌딩 가운데가

뻥 뚫려 있고 둥글게 명품 매장이 있는데 맨 꼭대기층에 아이들 놀이터가 있어서 우리 아들은 얼굴이 벌겋게 익을 때까지 놀았다.

랜드마크 가는 길
BBVA는 은행이름

이렇게 평화로워 보이는 곳이건만 우리가 쉬던 일층에서 겨우 몇 주 전에 멕시코 카르텔들의 총격전이 있었고 쇼핑하던 사람들이 총을 피하느라  낮은 돌의자 뒤에 숨거나 다쳤다고 한다. 이런 말을 들을 때에는 여기가 한국이 아니라는 생각이 번쩍 든다.


아침엔 시장, 오후엔 백화점 두 군데를 돌아다니다 보니 빈부격차가 너무 커서 가난함에 무감각한 부유층의

입장도, 부유층의 호화로운 삶을 부러워할 여유도 없이 하루하루를 사는 가난한 이들의 입장도 조금 이해될 것 같다. 오히려 가난한 사람들의 먹고사는 하루가 고스란히 담긴 시장에서 더욱 편했던 것은 한 번도 부유한 적 없었던 삶이라 그럴 것이다.


멕시코의 백화점은 우리나라의 복잡하고 온갖 소비 욕망이 흘러넘치는 대도시의 모습이었고

시장은 가족들의 매끼를 책임지는 먹거리를 사고파는 허기진 뱃속을 채우는 우리의 전통 시장과 닮아서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알게 된 극과 극 경험이었다. 그것이 어떤 나라든 도시든 여행할 때 시장을 가봐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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