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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 Aug 21. 2023

여행초보가족 미국 여행기 2탄

2. 크고 비싼 나라

아들이 언젠가 미국에 가면 먹어 보고 싶다고 했던 것이 있었는데 전갈 사탕이었다. 거제 농업박물관 안에 있는 곤충전시관에 다양한 식용 곤충과 어떻게 먹을 수 있는지 식용 사례 등이 전시되어 있는데 그때 본 전갈사탕이 기억에 강렬하게 남았던 것 같다. 원산지에 미국이라고 쓰여 있어서 미국 가면 사준다고 말했는데 말이 씨가 되어서 진짜 미국에 가게 되었다.

그림 출처 - 유튜브 전갈사탕 검색

미국에 가서 공항 편의점이나 숙소 근처 마트, 기념품 가게 등에 갔을 때 식료품 코너에서 구석구석 살펴봐도 전갈 사탕은 없었다. 전갈 사탕을 사줄 수 없다면 전갈을 직접 보러 가면 되지!


미국 여행 2일 차엔 우리 아이 2명, 조카 2명 아이들을 위한 계획을 짰다.

아동을 동반한 여행에서 아이들이 당연히 주가 되는 루틴을 짜지만 2일 차에는 특별히 그랬다. 그동안 지역 과학관(부산, 대구, 전주, 진주 등)을 많이 돌아다녔지만 La 자연사 박물관은 규모 면이나 전시 내용이 지역 박물관보다 훨씬 수준 높을 것으로 기대되었고 7살  우리 집 남자아이는  공룡과 곤충, 파충류 등에 매몰되어 있다시피 하여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아침을 거하게 먹은 후 2일 차 여행을 시작하였다.

일단 자연사 박물관 - 캘리포니아 사이언스센터 - UCLA 산책을 오전 일정으로 계획하였다.

아이들 입에 하드 하나씩 들어가니 아침 시간이 원만하다.

우리 아들 멕시코에서는 식당에서 그라시아스! 를 자신감 있게 외치더니 미국에서는 Give me popcicle! 을 위풍당당하게 외친다. 딸은 초등학교에 들어와서 1-2학년 동안 영어 방과 후로 꾸준히 영어를 하고 있는데도 직접 말하는 것은 부끄러워하는데 아들은 알파벳 하나 쓸 줄 모르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있어서 의사소통은 누구보다 분명하다.


우버를 타고 아침 할리우드 풍경을 바라보니 진짜 미국에 온 것이 실감이 났다. 어제 입국하고 하루가 후루룩 지나갔을 땐 여기가 우리 동네 거제인지, 아직도 멕시코인지 가물가물했는데 차를 타고 지나가는 풍경을 보니 내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 조금씩 현실로 다가왔다. 아침 시간이라 거리에 사람들은 거의 없고 상점들도 문이 닫힌 상태지만 온갖 영어 간판 물결, 바닥을 수놓은 별들(명예의 거리), 우리나라와 다른 건물의 모습 등이 분명히 미국임을 말해줬다.


미국에 대해 갖고 있던 내 선입견은 사실 좀 좌편향적이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꽃피웠다고 외치지만 그 바닥에 흑인 노예, 아메리카 원주민(아직도 인디언이라고 부르는), 히스패닉, 아시아계를 비롯한 이민족에 대한 박해를 토대로 했음은 역사적으로 증명되었고 지금도 현재진행 중인 이중적인 모습에 분노했었다. 1,2차 세계대전 이후 전 세계 패권을 쥐고 군사적, 경제적으로 세계 일인자로 군림하는 것 또한 마음에 안 들었다. 광복 이후 우리 역사에 크게 개입한 점과 최근 들어 우리나라 정치와 경제에 심각하게 간섭하는 사건들이 있어 욕심쟁이 부자나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직접 와보니 그런 정치적 선입견으로 볼 겨를도 없이

이곳은 어딜 가나 건물, 도로, 자연 지형지물까지도 참 크고 (La 들어가는 도로가 왕복 7차선)

오고 가는 사람도 많고 그 사람들이 쓰는 돈도 많다는 것이다. 너무 비싸다!

한국이라면 쓸 일도 없을 기념품들도 하나 기본 가격이 10달러를 상회한다. 가격표에 붙은 가격들은 대부분 세금 미포함이다. 관광지에서 물 한 병 사 먹으려면 4달러가 기본이니 말 다했다. 그래서 사람들 잘 보면 정말 커다란 물통 또는 텀블러를 들고 다닌다. 지금 환율이 1340원을 웃돌고 있어 더 그렇지만.

9명 기본 식사비는 팁포함 200달러 가까이 들고 우버 2대를 부르는 가격이 기본 50-60 달러에 여기 역시 팁은 또 별도다. 팁도 10, 15, 20% 등 자신이 선택을 하지만 가격표에 붙은 가격이 실제 가격이 아니다. 여기에 숨겨진 팁과 세금도 계산해야 한다.

이런 거 저런 거 다 생각하면 여행 못하니까 생각을 말자. 미국에 온 둘째 날은 가격에 대해 잊기로 했다.


자연사 박물관 앞쪽은 공사 중이었지만 후문 쪽은 멀쩡해서 입장했다. 후문으로 들어가서인지 기념품 가게부터 나온 것은 마음에 안 들었지만 천장에 매달려 있는 고래 뼈만으로도 참 컸다. 우리 아들 좋아하는 산갈치 박제도 컸다. 거기 있는 모든 전시품들은 다 컸다. 실제 화석이든, 표본이든, 모형이든 모두 컸다.

또 동물들이 실제로 살아있는 듯한 포유동물 전시관은 움직이지 않는 동물원에 온 것 같았다.

수다쟁이 우리 아들이 입을 쉬지 않고 떠들었던 공룡 전시관은 실제 화석들을 볼 수 있었다. 그동안 공룡 책 많이도 봤지만 그냥 그림만 본 줄 알았는데 나름대로 이해하고 있었다니 사실 조금 놀랐다.

그 밖에도 LA 도시 역사관과 조류 전시관도 괜찮았고 곤충 체험관은 아이들이 더욱 가까이 볼 수 있도록 살아있는 곤충(절지동물류 포함)도 관찰할 수 있었다.

전갈 사탕은 구하지 못했지만 전갈을 볼 수 있어 안 그래도 큰 아이 눈이 계속 빛났다.


그다음 장소는 자연사 박물관에서 조금 걸어 나오면 바로 나오는 캘리포니아 사이언스 센터였다.

미항공우주센터 나사는 너무 머니까 아이들 학습 체험관이자 관광지로서 LA에 자리 잡은 것 같았다. 뿐만 아니라 우주왕복선 엔데버가 그 임무를 마치고 이곳에 전시되었다. 다양한 전시관과 체험관들이 있어서 아이들이 쉴 새 없이 돌아다니면서 누르고 만져보고 뛰어다니면서 체험할 수 있었다.

하루 코스를 오전에 돌아다니다 보니까 엄마 아빠는 참을성 및 체력이 방전되었는데 아이들은 같이 돌아다니면서도 어떻게 그런 에너지가 샘솟는지 궁금했다.


길만 건너면 남가주주립대학이라고 부르는 UCLA가 있었는데 배도 고프고 쉬고 싶어서 점심 먹으러 한인타운에 있는 식당에 갔다. LA한인타운 최고의 맛집이라는 북창동 순두부에서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그 식당은 우리나라 문화에 맞게 물값도 받지 않고 음식맛도 너무 좋았다. 서버분들도 우리 동네 아주머니 같아서 편했고 제일 좋았던 것은 양념게장, LA갈비, 돼지불고기와 더불어 해물순두무, 곱창 순두부, 부대순두부 등 다양한 음식이 내가 아는 딱! 그 맛이라서 너무 좋았다.

배가 두둑해서 한인타운을 구경했다.  한글간판 읽는 재미도 있고, 어떤 가게들이 있는지 구경하는 것도 흥미로웠다. H마트라는 한인마트에는 우리나라 참외, 사과, 각종 김치, 과자류, 음료 등 그냥 우리나라 마트였다. 멕시코에선 한인마트에서 라면, 과자가 비쌌는데 미국 한인마트는 합리적인 가격이었다. 그냥 나가기 아쉬워서 저녁에 먹을 컵라면과 과자 등을 사서 나왔는데 거기서 큰 실수가 있었다.

마지막 우리가 갈 곳은 LA다저스와 콜로라도 야구 경기를 보러 다저스 홈경기장에 갈 계획이었다. 야구장에서 먹자며 과자를 주렁주렁 들고 갔는데 입구에서 멘붕이 왔다.

일단 사람들이 모두 투명 가방을 메었다. 그리고 파랗고 흰 다저스 티셔츠와 모자를 썼다. 거기까지는 그러려니 했는데 알고 보니 야구장에 들어갈 때 가방을 들고 갈 수 없다고 했다. 여행객인 우리는 당연히 이것저것 들어있는 백팩을 다 메고 조금 작은 크로스백도 두르고 있었는데 그런 가방은 투명하지 않기 때문에 반입이 금지됐다!

그래서 투명 가방을 메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사소한 것도 모르고 야구장 간다고 좋아했다.

동생이 모든 가방을 보관함에 넣으러 간 사이 입장을 했는데 그날 입장객들에게 버블헤드 인형도 하나씩 주었다. 사람당 하나씩 줘서 9인 우리 가족은 9개의 버블헤드 인형을 주렁주렁 들고 갔다. 자리는 중간쯤 위치해서 좋았다.  야구에 문외한인 나는 별 감흥이 없었는데 그날 LA 다저스 선발투수가 커쇼라니 안 그래도 흥분했던 우리 남편은 거의 울지경에  이르렀다. 어디 가서 먼저 사진 찍어달라고 말하는 사람이 아닌데 계속 포즈를 취해서 사진 찍느라 바빴다.


경기 시작 30분 전에 들어가서 빈 좌석이 많았는데 사람들이 계속 들어와서 그 많은 자리가 거의 찼다. 저녁 시간인데 사람들이 두 손 가득 먹을 것을 들고 와서 먹고 마시면서 야구를 즐겼다. 우리는 밥을 먹은 지 얼마 안 돼서 음료와 아버지 드실 맥주만 샀는데 물론 사이즈가 엄청 큰 콜라와 파워에이드였지만 물 두 개와 음료 두 개가 60불이 넘다니! 여기서 그냥 음료만 꺼내주는데도 팁을 10%부터 내야 했다.

경기는 재미있었다. 먹고 마시면서 공 날아오면 잡을 준비도 하고 이닝 사이마다 카메라가 비칠까 기대하며 보니 금방 7회 초였다. 경기 자체가 재미있는 것도 있었지만 이런저런 야구 상식을 아이가 궁금해해서 남편이 잘 설명해 주는 것도 좋았다.

경기를 끝까지 보지 못하고 붐빌까 봐 미리 우버를 불러놓고 경기장 밖으로 달렸다.

그날 경기는 2대 1로 LA다저스가 이겼다고 했다.


미국에서 이틀째 열심히도 돌아다녔다. 이날 걸음수가 10000보가 넘었던데 딸이 집에 돌아와서 몸무게를 재니 1킬로 정도 빠졌었다. 미국에 대한 편견도 선입견도 그곳을 가보지 않은 자의 장님 코끼리 만지기나 다름없었다.

크고 비싼 나라 미국! 지금 미국은 높은 금리에도 어느 때보다 경제 성장률이 높다는데 원달러 환율도 가파르게 올라가서 여행 가기 좋은 시기는 아니었지만 그런 거 저런 거 다 따지기엔 참을 수 없이 이 나라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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