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두려운 버튼 "send"
파트너 다이어리 3일차
한창 고객을 모시고 회의를 하는데 노트북 메일함에 알림이 하나 왔다.
귀가에 튕겨나가고 있던 고객 설명에 지루하던 참에 잘됐다 싶어 메일함을 확인하고는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동료 변호사가, 내가 A사에 보내야 했던 메일을 이름이 비슷한 B사에 보냈다는 메일이었다. 고객회의라 자리를 박차고 나갈 수도 없고, 어제 보낸 메일을 회수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부랴부랴 그 동료에게 부탁하여 고객께 양해와 재전송을 메일로 요청했지만 이미 멘붕이 온 나는 내 앞에 있는 고객의 설명이 더 이상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분명히 내가 어제 메일을 전송하기 전에 파일이 첨붸되었는지, 참조인 란에 관여자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는지, 메일 본문에 오타는 없는지 열심히 확인했는데, 정작 수신인이 제대로 되어 있는지는 확인하지 않았던 것이다. 파트너가 되고서 아직도 이런 실수를 하다니 하는 자괴감에 표정을 펼 수가 없었다.
왜 이런 실수는 꼭 보내고 나서야 발견되는 것일까. 어쩐지 어제 "전송" 버튼을 누르기가 겁이 나더라니. 미물도 자기 죽을 때를 안 다고 나도 육감적으로 뭔가 잘못되었음을 인지했던 것이 아닌지 모른다.
사실 이런 일이 한두번이 아니다. 학창시절부터 가장 어려운 과목이 수학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어려었다기 보다는 실수를 많이 하는 과목이었다. 실수가 반복되면 실력이라는 말이 가장 듣기 싫은 소리였지만 그건 사실이었다. 풀이식을 일일이 쓰면서 풀어보기도 하고, 다른 선택지를 대입하는 방법으로 역산도 해보았지만 두어번 시험을 치면 꼭 한문제씩은 틀리는 문제가 나왔다. 그것도 4점짜리 어려운 문제(라떼 수능 문제는 쉬운 문제가 2점, 보통이 3점, 어려운 문제가 4점이었다)가 아니라 2점짜리나 3점짜리에서 오답이 나왔다.
그 업보가 20년이 지난 지금도 나를 괴롭히고 있나 싶다. 거의 모든 일이 이루어지는 메일이란 가상의 공간에서 "전송"버튼은 인감도장을 찍는 것과 같다. 한번 하면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도 "전송" 버튼 누르기가 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