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와 허세 사이

파트너 다이어리 5일차

by 이너픠스

"돈 많이 벌겠네"

변호사 숫자가 대폭 늘어나고 잊을만하면 법조시장이 어렵다는 기사가 인터넷에 올라오면서 많이 줄었지만 종종 이런 소리를 듣는다.

그러면 정말 내 연봉을 "까야"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나도 "회사원"이라 불리는 직장인들이 얼마나 버는지 모르지만 겨우 전세대출이나 허덕거리며 갚기 바쁜 처지라 저런 소리를 듣는게 가당키나 한가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지 그들의 말을 힘들여 부인하지도 않는다. 돈"이라도" 잘버는 사람이라 취급받고 싶은 까닭이다. 힘들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후 하고 있는 변호사의 일이라는 것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도 아니고, 그다지 창조적인 일도 아니어서 돈 "이라도" 잘버는 직업인 것 외에는 내 노력이 보상받을 길이 없을 것 같다는 못난 불안감이 있다.


커피나 식사를 할라치면 습관적으로 조금 일찍 일어나 직원에게 카드를 들이민다. 후배들은 말할 것도 없고, 친구나 심지어 공직에 있는 선배들이랑 식사를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오늘도 공직에 있는 대학 선배 부부와 커피를 할 일이 생겼다. 키오스크에서 주문을 하고 으레 습관적으로 카드를 갖다댔다. 선배가 산다고 했지만 왠지 태도가 다소 소극적이어 보이기도 했다.


내가 카트를 꺼내서 단말기에 갖다 대는 몇초 동안 선배는 "아니야, 아니야"를 3번 정도 외친 것 같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그는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지 않았고 기계는 어느새 영수증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나를 노려보는 선배의 눈길을 보고 아차 싶었다.


"왜?"


선배는 외마디 질문을 하고 자리에 가는 동안 계속해서 나를 노려보았다. 아이 제가 초대했으니까요 가시죠, 가시죠라며 그를 밀어붙였지만 본인이 사겠다는 말은 "진짜" 였음을 그의 눈초리에서 확실히 느꼈다. 그는 그냥 행동이 느긋하고 점잖은 "공무원스러운" 사람이었을 뿐 카드를 집어 꺼내고 있는 중이었던 것이다.


천만다행으로 대화는 다른 주제로 넘어갔지만, 내 가슴은 여전히 서늘했다. 공무원이라고 커피까지 살 돈이 없다고 무시하는 후배처럼 비쳤을까, 별것도 아니면서 잘나가는 사람인 척 허세부리는 사람처럼 보였을까 노심초사했다.


어리석게도 사람을 대접하는 것도 함부로 할 일이 아니라닌 걸 이제서야 깨달았다. 헤어지고 한참 뒤 거의 카톡이란걸 주고받은 적이 없는 그 선배로부터 "우리 회사 근처로 오면 꼭 연락하라"는 카톡을 받았다. 이게 용서의 의미인지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에게 내가 "계산"한 것이 그다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었다는 것, 그리고 그에게도 이 일은 집에 가서도 떠오를 만한 작은 "사고"였다는 건 확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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