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파트너 다이어리 6일차

by 이너픠스

어느 스타트업 대표와의 술자리였다.

어떻게 영업을 해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맺은 관계가 어느새 영업과는 아무관계 없이 형동생하는 사이가 되었다.

30대에 이미 누구나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어플을 개발해 엑시트하고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고 있는 잘나가는 형이었다.


술마시다 바람쐬러 나온 골목에서 담배를 꼬나문 형이 나에게 물었다.

"넌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게 뭐냐"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그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


학창시절 죽어라 공부해서 S대에 진학했고, 1년 정도 신나게 놀다가 다시 고시공부에 파묻혀 꽤 일찍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대형로펌이라는 곳에 입사해서 제일 어린 나이에 파트너가 되었다. 늘 "용기"있거나 "진취적"인 선택을 하진 못했지만 "최선"이라 생각할 만한 길들을 걸어, 아니 뛰어왔는데 정작 그 끝이 어딘지는 별로 생각해보지 못했다.


지금도 매일을 그렇게 살고 있다. 주어진 프로젝트가 잘 되기 위해 밤늦게까지 일도 하고, 영업을 위해 늦은 밤까지 접대도 했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이렇게 살리라는 데 큰 의문이 없다.대


그런데 그래서?

이 길의 끝이 뭐길래 나는 이 길을 이토록 열심히 뛰어가고 있을까.

경제적 자유? 넉넉한 은퇴? 잘 나가는 변호사?

다 썩 마음에 차지 않는다. 이것들을 써가면서 이 정도의 목표를 이뤘다고 볼 만한 선배들이 떠오르지만 내가 그렇게 되기 위해 이렇게 고생한다고 생각하면 관두고 싶을 정도다.


"일단 대학에 가고 생각해도 늦지 않다"는 주변의 압박과 자기기만이 10년이 넘는 경력의 법조인이 될 때까지 고민을 유예하게 했다.


지난 10년만큼, 아니 그것보다 앞으로의 10년이 더 빨리 지나갈테다. 내가 생각지도 못한 것이 이 길 끝에 있고, 거기에 서고 서야 내가 저쪽 길을 갔어야 했다는 회한이 들까 두렵다.


그러면서도 오늘 밤 나는 또 내일 일정을 들춰보면서 그 고민을 유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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