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시트는 내가 고객에게 청구할 시간과 그에 따른 일을 적은 기록이다. 동시에 변호사에게 일상적인 귀찮음을 대표하는 말이기도 하다. 매일 매시간 내가 한 일을 기록해야 햐기 때문이다. 방학 숙제처럼 한번 밀리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무리한 과제로 변모한다.
내가 변호사 일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타임시트는 종이로 잘성되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이 엑셀로, 이제는 프로그램으로 입력되도록 바뀌었다. 내가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 그 시간에 어떤 가치를 더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이자 직장 일기이지만 단 한번도 다시 들춰본 적은 없다. 돌이켜 보고 싶기보다는 털어내고 싶은 시간들이어서 일지 모르겠다.
이 타임시트를 작성하면서 "돈이 시간"이라는 말이 얼마나 현실적인 의미로 다가오는지 절감하게 된다. 작업시간을 기록하고, 그 기록이 곧 고객에게 청구할 금액으로 이어지는 경험은, 이 직업의 본질을 여실히 보여준다.
바쁠수록 돈이 되지만, 난 늘 게으를 수 있길 갈망한다. 가장 바빴다고 할만한 시기에 내가 가장 안도했던 장소는 다름 아닌 화장실 변기칸이었다. 그곳은 남므로부터합법적으로 나 자신을 숨길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다. 메일, 미팅, 전화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그 작은 칸에 들어서면, 비로소 내 자신이 온전히 쉴 수 있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그곳에서는 모든 걸 잠시 멈출 수 있었다. 누구도 그 시간만큼은 나를 방해할 수 없었고, 나도 아무에게도 응답할 의무가 없었다.
너무 바쁘면 몸이 힘들고, 바쁘지 않으면 마치 내 능력이 부족한 것 같은 불안감이 몰려온다. 그래서 나는 그 중간 어딘가, 바쁜 듯 하면서도 바쁘지 않은 그 지점을 항상 꿈꾼다. 그곳이야말로 내가 가장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일이 없는 날은 오히려 더 힘들었다. 책상 위에는 해결해야 할 일이 쌓이지 않았지만, 에어컨에서 나오는 찬 공기 속에서 나는 점점 무기력해졌다. 그 무기력함은 두통으로 이어지고, 그러면서도 '지금 내가 이래도 되는 걸까'라는 불안감이 나를 사로잡았다. 바쁜 것이 힘들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바쁘지 않은 날에는 내 능력이 의심받는 듯한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결국 내가 바라는 것은 너무 바쁘지도, 그렇다고 너무 한가하지도 않은 그 경계선 위의 삶이다. 하지만 변호사로서 그 경계를 유지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쩌면 그런 순간은 내가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하루의 작은 틈새에서 짧게나마 찾아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변기칸에서의 몇 분의 휴식처럼 말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그 균형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너무 바쁘지 않으면서도, 바쁘게 살고 싶은 그 마음. 그 속에서 나는 나 자신을 찾고, 또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는다. 타임시트에 기록된 시간을 되돌아보며, 그 시간이 어떻게 내 삶을 채웠는지 돌아보는 것도 그 일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