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시작부터 난항
8월 중순, 학폭위(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열렸다.
교육청 조사 후 약 한 달만이었다.
조사도 학폭위도 피해자 진술을 먼저 듣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다.
이후 가해자들이 차례로 조사받게될 거란 설명을 들었다.
그런데 시작부터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화장실을 가던 중 심의실 복도에서 희준이, 희준엄마를 마주친 거다.
너무 놀란 은호가 순식간에 뒤돌아 우리가 있던 대기실로 도망쳤다.
놀라기는 나도 마찬가지였다.
대기실로 달려가는 은호를 쫓아가는데 뒤에서 “참나!” 희준엄마의 어이없어하는 탄성이 들려왔다.
(아! 도망쳐야 할 사람은 저쪽인데...
어째서 우리는 이렇게 간이 콩알만할까?
어째서 가해자들은 매 순간 저렇게 기세등등할까?)
시작도 전에 가해자를 복도에서 마주치다니!
어떻게 이런 일이 있지?
불길한 예감은 차치하더라도...
피해자와 가해자가 만나는 불상사를 사전에 차단하는 건 기본 아닌가?
'무슨 일을 이렇게 하지? 이 사람들 믿어도 될까?
우리, 괜찮은 걸까?'
불안과 의심의 회오리를 애써 누르고 놀라고 무서워하는 은호부터 진정시켰다.
나도 호흡을 가다듬었다.
시간이 돼 심의회에 들어가야 했는데 안내 직원이 우리 짐을 대기실에 모두 두고 가라고 했다.
가해자 쪽에서 우리 대기실 위치를 파악한 상황에서 사건 자료가 담긴 짐을 두고 가는 것이 영 불안했다.
직원에게 부탁해 내 가방을 직원분 사무실에 맡기고 심의회에 참석하기로 했다.
문제는 은호였다.
가뜩이나 긴장하고 불안해하던 아이가 예기치 않은 일로 놀라기까지 한 상황이라 진술을 잘할 수 있을지 걱정됐다.
“똑똑”
노크를 하고 심의실에 들어가니 안에는 5명의 위원들이 있었다.
서기 1명, 사회자 겸 심의위원 1명과 3명의 심의위원이 자리해 있었다.
서기를 제외한 4명의 심의위원이 사안 질문을 했다.
심의위원회는 다양한 이들로 구성된다고 들었다.
우리 사건 담당 장학사를 중심으로 교사와 학부모 대표, 변호사나 법무사 등
각계 분야의 사람들로 심의회가 꾸려지는데 심의위원들의 신분과 이름 등은 비공개가 원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