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끝까지 운이 나빴다.
학교폭력 신고는 도와달라, 살려달라는 ‘구조요청’이었다.
조사관 조사 때부터 뭔가 잘못됐음을 감지했지만 심의위원회에서는 잘못된 내용을 바로잡고 피해 사실을 온전히 설명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심의위원회 모두를 싸잡아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보호자 발언에 제약은 있었지만 중간중간 손을 들어 은호의 발언을 첨언하거나 부족한 부분을 추가 설명할 수 있었다.
논쟁이 길어지는 부분에서는 사회자가 추후 발언 시간을 준다고 해 메모지에 답변을 기록해 잘못된 사실들을 정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모든 걸 다 설명할 수는 없었다.
피해 사실 소명과 아이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대답을 놓치거나 기록해놓고 설명하지 못한 부분도 많았다.
그만큼 떨리고 압박이 느껴지는 자리였다.
어른인 나도 대답을 하면서 온몸이 덜덜 떨릴 정도였는데 어린아이는 오죽했을까?
나중에 은호는 질문과는 전혀 엉뚱한 대답을 하는 등 횡설수설하기까지 했다.
나 역시 심의위원회의 무겁고 무서운 공기에 압도돼 사고회로가 멈춘 것 같았다.
결국 시스템이 문제라는 말을 하고 싶은 거다.
심의위원회에서 나온 질문 중 어떤 내용은 은호를 도와주려는 손길처럼 느껴졌다.
‘이 부분은 증거가 부족하니 우리가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당시 상황을 충분히 설명해줘’ 같은 느낌이랄까?
안타깝게도 진술로써 사실관계를 설명하기에 은호는 너무 어렸다.
내가 대신 대답해줄 수도 없었다.
계속해서 발언을 제지당하던 내게 심의위원 한 분이 “이 부분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하며 적극적으로 경청하는 태도로 응해줬다.
덕분에 메모했던 내용을 차분히 설명할 수 있었고 증거를 토대로 가해자의 거짓말을 차분히 바로잡을 수 있었다.
은호가 자기 입장을 대변할 수 있도록 질문을 던진 그 심의위원이었다. (그분께는 지면을 통해서나마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럼에도 심의위원회가 우리에게 악몽이 된 가장 큰 이유는 ‘시스템’에 있다고 단언한다.
사명감을 갖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판결을 위해 참석한 심의위원들도 많다고 믿고 싶다.
하지만 비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의위원회는 시작부터 문제를 안고 출발했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이 수사를 하고 판결을 내리는 오합지졸 엉터리 재판’
내가 학교폭력 심의위원회에서 경험한 참혹함은 이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