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일인 줄만 알았던 학교폭력과 교육청 심의위원회를 경험하며 내린 결론은 ‘학교폭력 제도는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이다.
솔직히 말해서 제대로 운영할 실력과 자신이 없다면 전문가인 사법기관에 위임했으면 좋겠다.
학폭위 제도는 교육부가 사법 시스템을 모방해 학교와 교육청에 도입해 운영되고 있다.
학폭위 조사관이 사법부의 수사기관 역할을 하고 교육청 심의위원회가 법정 역할을 한다.
2024년 3월 학교폭력 전담조사관 제도를 도입하기 전까지 학교폭력 조사는 교사들이 담당했다.
학부모, 현직 교원, 전·현직 경찰과 변호사 등으로 구성되는 심의위원들도 주축은 교사들이다.
비전문가인 교사들이 조사와 판결을 담당하다 보니 조사 과정에서의 2차 가해, 상식에 반하는 판결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에게 학교폭력 실태를 조사하고 처벌하라고 하니 교사 입장에서는 수세적이고 보수적인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장난’, ‘오해’ 등의 단어가 나열되며 피해 사실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가게 된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학폭위 제도 전체가 가해자와 한 편이 돼 움직이는 느낌이다.
사안의 중대함과 상관없이 피해자가 원하면 교육청 심의위원회로 갈 수 있게 변경된 제도의 취지는 억울한 피해자 양산을 막기 위한 것이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엉뚱한 방향으로 악용되는 느낌이다.
예를 들어 학교폭력이 아닌데 감정이 상했다고 신고하거나 신고를 빌미로 합의금을 유도하는 사례도 있다고 들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작 보호받아야 할 피해자가 가짜 피해자는 아닌지 조사관과 심의위원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받으며 취조에 가까운 조사를 받게 된다.
제도를 남용하는 일부 학부모들로 인해 진짜 피해학생들의 절박함이 왜곡되거나 희석되는 양상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먼저 보호받아야 할 피해자가 이같은 일련의 상황들로 더 고통스러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뭐랄까?
배가 산으로 가는 느낌이다.
그동안 학폭위 조사와 판결에 대한 의구심은 학교폭력이 남의 일인 줄 알고 살던 나 같은 사람도 상식으로 알고 있을 만큼 악명 높았다.
운영 과정에서 제기되는 해묵은 문제를 개선해 보겠다고 여러 절충안들이 나왔지만 상황은 더 복잡해졌다. 일례로 법의 허점을 악용하는 사례들이 늘면서 투입되는 인력과 행정 비용만 점점 커지는 모양새다.
이해할 수 없는 신고 남발로 학교는 점점 더 경직되고 인간관계는 훨씬 더 조심스러워졌다.
이 난장판에 가장 중요한 가치는 뒷전이 되고 있다.
바로 피해자의 인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