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후회

by 목동의 밤

심의회가 끝나고 지인을 통해 들은 강준이의 키와 몸무게는 약 170cm, 80kg에 육박했다.

내가 본 희준이는 키 (최소) 140cm 초, 몸무게 40kg 초중반으로 예상된다.


6월 사고 당시 은호의 키와 몸무게는 135cm, 25kg이었다.


키와 체격이 월등한 두 아이에게 공격받던 상황에서 자신보다 몸무게만 3배 이상 되는 형을 지속적으로 때렸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일인가?


그런데 보고서에 따르면 은호가 먼저 시비를 걸었고 은호가 먼저 강준이 배를 차서 강준이가 은호를 잡고 흔들게 된 거라고 한다.

강준이는 은호를 놓아줬지만 은호가 다시 두 다리로 강준이의 옆구리를 조였고 강준이는 은호에게 배를 6번이나 맞고 어깨까지 맞았다고 한다.

이게 심의회 전 내가 받은 사실 확인서의 내용이다.


가해자의 거짓말보다 화가 나고 아팠던 건 이런 말도 안되는 주장을 보고서라고 작성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런 말도 안되는 보고서만 보고 은호에게 따져 묻던 또 다른 어른들이다.

영상을 본 어떤 변호사는 중간에 영상을 멈추고 이렇게 질문했다.

“어머니, 잠시만요.

가해자가 혹시 어른이에요?

수영 강사에요?”

그 정도로 강준이의 키와 덩치는 압도적이었다.

폭력성과 잔인함에 영상을 본 모두가 혀를 내둘렀다.

학폭위에 앞서 영상을 언론에 제보하자는 변호사도 있었다.

그때 그 변호사 말대로 했더라면 은호가 어른들로부터 이런 수모를 당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언론 제보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을 때 다른 변호사님의 진심 어린 조언이 내 마음을 움직였다.


“여론을 타면 심의위원들도 함부로 가해자 감싸기 못할거에요.

그렇지만 은호가 ‘학교폭력 피해자’ 꼬리표를 달고 살게 될 수도 있어요.

모든 선택은 은호 입장에서 은호에게 가장 좋은 방향으로 결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결국 ‘언론 제보’라는 카드는 쓰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심의위원회에 가서 나는 내 선택을 후회했다.

언론 제보로 이 사건이 시끄러워졌더라면,

변호사를 선임했더라면,

조사관과 심의위원들이 은호를 이렇게 함부로 대하지 못했을텐데⋯


모든 게 다 내 잘못 같았다.

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