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사법기관이 아니다.
교사도 수사관이 아니다.
비전문가들이 수사를 자처하고 판결을 내린다고 팔을 걷어붙였다.
조사와 심의 과정에서 2차 가해, 행정폭력이 벌어지고 상식에 반하는 판결들이 수없이 나오고 있다.
언론을 타서 시끄러워진 경우에나 가해자들의 행위에 적합한 처벌이 나오는 것 같다.
문제는 제도 개선을 위한 대안이 나올수록 상황은 더 복잡해지고 꼬여가는 느낌이다.
개인적인 견해는 교육부와 학교는 피해학생 보호와 지원, 가해학생 교육과 선도 조치, 학교폭력 예방교육에 주력하고 수사는 경찰이 했으면 좋겠다.
전문가로서 각자 잘하는 걸 했으면 좋겠다.
자기 역할에 충실하되 교육부와 수사기관이 긴밀히 연계해 피해자, 가해자 모두에게 최선의 방법을 찾아갔으면 한다.
학폭위 운영을 위해 투입되는 막대한 비용은 경찰 내 학교폭력 전담팀을 만드는데 사용하면 어떨까?
두 기관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해 학교는 학교대로 피해자 회복 프로그램, 가해자 재발 방지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주력했으면 한다.
그쪽이 더 효과적일 것 같고 또 그게 학교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조사와 판결이라는 전문 분야를 학교 안으로 가져와 아마추어들이 벌이는 촌극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허투루 낭비되는 행정력과 비용도 만만치 않을뿐더러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장치들이 덧대질수록 과정만 복잡해지고 피해자의 회복과도 멀어지는 느낌이다.
같은 사건을 놓고 학폭위와 법원의 판결이 다른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이런 이상한 광경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신 사법처리가 안되는 왕따, 언어폭력 문제만 교육부의 학교폭력예방법으로 다루면 되지 않을까?
이 경우 학폭위 제도가 어떤 방법으로 개선됐으면 하는지 개인적인 의견을 적어봤다.
∙학폭위 제도 개선 요구사항
1 조사와 심의 과정에서 보호자가 아이를 보호할 수 있게 해달라
보호자 동반 조사는 조사나 심의 과정에서 벌어질 2차 가해를 예방하고 표현이 미숙한 아이들이 진술의 어려움을 느낄 때 보호자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해준다.
보호자가 개입해 사건을 왜곡할 위험이 있다면 제출한 증거들과 객관적 정황들로 진실을 가릴 수 있지 않을까?
사실관계 파악은 객관적인 증거에 기초해 어른들이 판단할 문제지 피해 학생에게 모든 짐을 떠넘겨서는 안된다.
특히 학생 한 명에 다수의 심의위원으로 세팅된 1대 다 구도에서 가해 학생 주장을 여러 명이 반복해 물어보는 과정은 어린아이에게 너무 잔인하다.
경찰 조사나 법정에서도 피해자를 1대 다 구도로 몰아가며 압박하는 사례는 없다.
조사를 받는 이들 모두 어른인데도 말이다.
무엇보다 진술로 자신을 보호하기엔 아이들이 너무 어리다.
어른도 경찰 조사와 법원에서 변호인의 도움을 받는데 조사 과정에서 어린아이가 보호자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것은 진술인이 아동임을 고려하지 않은 가혹한 처사다.
2 심의위원회에 아동․청소년 심리 전문가를 의무 배치하라
학교폭력 심의위원회에는 가장 중요한 전문가가 빠졌다.
조사와 진술 과정 전반에서 아이들의 인권을 보호해줄 심리 전문가의 부재이다.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아동‧청소년 심리학자 등 전문가가 학폭위 진행 과정에서 2차 피해나 아동학대가 일어나지 않도록 조사관과 심의위원들에게 세부 지침과 방향을 잡아줘야 한다.
학폭위에서 심의위원의 무례한 태도나 공격적인 질문에 상처받았다는 사례를 제법 들었다.
무능력하거나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심의위원을 만나면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게 벌어질 수 있다.
심의 과정에서 아이들이 상처받는 일은 없어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운에 기댈 수밖에 없다.
막연히 좋은 심의위원들을 만나길 바랄 것이 아니라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3 전문 수사관이 중심이 된 증거 중심 수사를 하라
아동 심리 전문가와 함께 전문 수사관 의무 배치를 제안한다.
이들을 중심으로 한 증거 중심의 수사가 이뤄졌으면 좋겠다.
학부모의원, 현직 교원 등 비전문가가 중심이 된 현재의 심의위원회는 증거보다는 아이들 진술에 의존하며 객관적 사실에서 멀어지고 있다.
명확한 증거가 있는데도 혐의없음이 나오거나 사안의 심각성에 비해 경미한 처벌이 나오는 것은 인력 구성의 비전문성과 진술 중심의 조사에도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과 같은 방식은 말을 잘하는 아이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비전문가가 수사를 맡는 현재의 제도는 본질을 흐리는 질문, 사건과 무관하게 피해자를 공격하는 발언으로 피해자를 두 번 상처주고 사안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갈 위험도 다분하다.
피해자 탓을 하는 가해자 진술이나 거짓말을 그대로 읊어주거나 피해자에게 이를 되묻는 말도 안되는 조사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4 심의위원 명단을 공개하라
심의위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심의회 결과에 따른 일부 학부모들의 협박과 보복 위험에서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알고 있다. (학교폭력예방법 제21조 제3항)
하지만 학부모 입장에서는 이런 비공개 원칙이 투명하지 않다는 느낌과 함께 결과에 대한 불신을 갖게 만든다.
심의위원 명단을 공개해 그들이 책임감 있는 태도로 공정한 결과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동시에 명단 비공개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심의위원들을 보호할 방안도 마련했으면 한다.
이와 함께 전문성에 대한 신뢰를 위해 위원회 구성에 대한 안내도 해줬으면 한다.
‘이번 심의위원회에는 수사관, 아동 심리 전문가 외에 2명의 교사와 1명의 변호사, 2명의 학부모 대표가 참여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