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위와 소년재판을 경험하며 처음엔 처벌이 너무 약하다고 생각했다.
가해자들이 끝까지 연락 한 번 없었던 이유도 그 때문이라 여겼다.
그런데 반대로 아이들 사이의 가벼운 장난도 학폭으로 신고하는 등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도 많다는 사실을 알았다.
일부 가해자 부모들은 사과와 화해 대신 비싼 변호사를 선임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특히 자기 아이가 입시를 앞둔 경우는 사활을 건 싸움이 된다.
각종 법 기술을 동원해 처벌을 피하려는 행태가 벌어지고 피해자에게 맞폭을 거는 일도 부쩍 늘었다고 한다.
감정이 상했다고 신고를 남발하는 사람들이나 반성이 아닌 싸움을 택한 사람들 모두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건 매한가지다.
이런 상태에서 처벌만 강화한다면 학교는 전쟁터가 될 게 뻔하다.
신고가 무기가 되고 변호사들만 판돈을 키우는 교육 현장. 상상만으로도 암울하다.
피해자 보호와 치유, 가해자 교육과 선도, 반성과 용서, 화해는 싸움의 소용돌이 속에 묻히고 만다.
처벌 중심으로 갔을 때 가장 우려되는 점은 돈 있는 부모들만 자기 아이를 지킬 수 있게 된다.
억울하게 가해자로 몰려도 부모가 없거나 가난한 집 아이들은 제대로 된 법의 보호도 받을 수 없다.
힘든 일을 겪은 피해자들도 목소리 한 번 내보지 못하고 신고를 포기하게 될 위험이 있다.
학교가 주도하는 조사와 판결에서 교사들이라고 괜찮을까?
처벌이 강화될수록 가해학생 학부모 저항은 커지게 마련이고 법을 악용하는 사례도 많아질 거라 예상된다. 목격자인 교사의 입을 막기 위해 일부 가해자 부모들이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사례도 있다고 들었다. 아이들을 바른 길로 지도하는 일, 잘못을 훈육하고 바로잡아야 할 교육자로서의 역할은 점차 설 자리를 잃게 될 거다.
책임에서 벗어나려고,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지 않으려고 교사들이 교육 현장에서 방관자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은 통탄할 일이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까?
개인적으로 ‘처벌’보다는 ‘예방’에 학교폭력 문제의 해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아이들 모두에게 방관하지 말고 ‘멈추라’고 외치는 교육을 강화하자는 대안이 인상적이었다.
(출처: “학폭 예방 위해 방관자 아닌 방어자 되자”
무리 속에서 단 한 명이라도 용기내 멈추라고 말하는 아이가 나온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용기를 낸 첫 번째 아이에 동조해 두 번째, 세 번째 아이들이 나올 수 있다고 믿는다.
폭력의 방관자는 결국 동조자임을, 오늘 침묵했을 때 내일은 내가 학폭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하는 교육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교육을 통해 학교폭력 문제는 피해자 개인이 아닌 우리 공동체 전체의 문제임을 모두가 인식했으면 좋겠다. 또 처음 학교폭력 신고를 받았을 때 이를 절차대로 넘기기보다는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을 따로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등 화해를 위한 최선의 노력이 교육 현장에서 이뤄졌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학폭위는 아니지만 소년재판에서 피해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법이 바뀌기를 바란다.
어렵게 신고를 결심하고 힘든 과정을 거쳐 가해자들을 법원에 송치한 피해자가 재판 과정과 결과를 모두 알 수 없다는 걸 납득할 수 없다.
부디 가해자 인권 보호에 집착하느라 피해자의 고통과 상처를 방관하는 실수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 다음 글은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https://brunch.co.kr/@629e9b5d75b242a/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