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이 적의로 가득한 무간지옥이라고 느껴졌다.
이런 세상을 더 살아낼 자신이 없었다
한걸음 내딛는 것조차 무섭고 두려웠다
더 이상 투쟁의 의지도 생기지 않았다
독기로 오기로라도 일어나야 하는데
깊은 절망과 무기력이 나를 지배했다
세상에서
사람들에게서 도망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얼룩덜룩 엉망이 된 마음을 그날 이전으로 되돌리고 싶었을 뿐인데
황당하게도 더 더러운 것들이 내 마음에 덕지덕지 엉겨붙었다
아니, 만신창이가 됐다는 표현이 더 적합할 것 같다.
“피해자는 학폭위에서 피해 사실을 인정받지 못했다”
이 짧은 문장 안에는 길고 험난한 과정들이 함축돼 있다.
그들은 끝내 피해자의 손을 들어 주지 않았다.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미친 개를 만난다고들 한다.
‘가해자들을 만난 건 단지 운이 나빴던 거다.
피해자 탓이 아니다.’
마음 속으로 수십, 수백 번 스스로에게 이 말을 건넸다.
하지만 우리가 겪은 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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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네 탓이야.”
세상은 내게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왜 미리 피하지 못했니?
왜 더 빨리 알아채지 못했니?
왜 좀 더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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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왜 약하니?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법과 제도는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이 법과 제도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때
공정한 판결을 해야 할 이들이
오히려 가해자 편에 서서
칼날을 휘두를 때 피해자는 설 곳이 없어진다.
힘이 없는 사람인 게
피해자인 게
죄가 된다.
네 잘못이 아니라고
네가 못나서
네가 부족해서
억울한 일을 당한 게 아니라고 말해주는 세상이면 좋겠다.
피해자에게 더 강한 사람이 되라고,
더 똑똑한 사람이 되라고 강요하는 세상보다는
가해자의 폭력을,
그들의 만행을 나무라고 멈추라고 말하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어떻게 강자의 폭주를 막을 수 있을지
어떻게 약자를 보호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사회에서 살고 싶다.
잊을만하면 들려오는 학폭 피해자의 자살 소식이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
이제 그만, 약자인 게 죄가 되는 세상과는 작별하고 싶다.
'목소리-학교폭력' 관련 글을 마무리합니다.
그동안 함께 해주신 모든 독자분들께 온 마음을 담아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