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지막 글] 학폭위-번외(2)

by 목동의 밤

이 세상이 적의로 가득한 무간지옥이라고 느껴졌다.

이런 세상을 더 살아낼 자신이 없었다

한걸음 내딛는 것조차 무섭고 두려웠다


더 이상 투쟁의 의지도 생기지 않았다

독기로 오기로라도 일어나야 하는데

깊은 절망과 무기력이 나를 지배했다

세상에서

사람들에게서 도망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얼룩덜룩 엉망이 된 마음을 그날 이전으로 되돌리고 싶었을 뿐인데

황당하게도 더 더러운 것들이 내 마음에 덕지덕지 엉겨붙었다

아니, 만신창이가 됐다는 표현이 더 적합할 것 같다.


“피해자는 학폭위에서 피해 사실을 인정받지 못했다”


이 짧은 문장 안에는 길고 험난한 과정들이 함축돼 있다.

그들은 끝내 피해자의 손을 들어 주지 않았다.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미친 개를 만난다고들 한다.


‘가해자들을 만난 건 단지 운이 나빴던 거다.

피해자 탓이 아니다.’

마음 속으로 수십, 수백 번 스스로에게 이 말을 건넸다.


하지만 우리가 겪은 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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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네 탓이야.”

세상은 내게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왜 미리 피하지 못했니?

왜 더 빨리 알아채지 못했니?

왜 좀 더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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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왜 약하니?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법과 제도는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이 법과 제도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때

공정한 판결을 해야 할 이들이

오히려 가해자 편에 서서

칼날을 휘두를 때 피해자는 설 곳이 없어진다.


힘이 없는 사람인 게

피해자인 게

죄가 된다.


네 잘못이 아니라고

네가 못나서

네가 부족해서

억울한 일을 당한 게 아니라고 말해주는 세상이면 좋겠다.


피해자에게 더 강한 사람이 되라고,

더 똑똑한 사람이 되라고 강요하는 세상보다는

가해자의 폭력을,

그들의 만행을 나무라고 멈추라고 말하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어떻게 강자의 폭주를 막을 수 있을지

어떻게 약자를 보호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사회에서 살고 싶다.


잊을만하면 들려오는 학폭 피해자의 자살 소식이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

이제 그만, 약자인 게 죄가 되는 세상과는 작별하고 싶다.




'목소리-학교폭력' 관련 글을 마무리합니다.

그동안 함께 해주신 모든 독자분들께 온 마음을 담아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